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7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고 당 상임고문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당대표 취임 후 일관되게 해온 통합 행보다. 당내 반응은 엇갈린다. 큰 잡음 없이 당을 무난하게 이끌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민감한 현안에 입을 다물고 있다는 불만도 작지 않다.
추 대표는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 집무실에서 이 여사를 만났다. 그는 8·27전당대회를 언급하면서 “21년 전 그날 김 전 대통령을 서교동 중국집에서 처음 봤다”고 인연을 떠올렸다. 이 여사는 “더민주 대표가 되어서 얼마나 기쁘고 좋은지 모르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비공개 환담에서도 이 여사는 “이번에는 정권교체가 될 것 같다”고 힘을 실었고, 추 대표는 “정권교체를 해서 대통령 취임식 날 여사님을 모시고 가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이 여사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 “해외 유학파로 국제 정세도 잘 이해하고 민족과 미래에 대해서도 깊은 생각이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참으로 우려된다”는 말도 했다.
추 대표는 이 여사를 예방하기에 앞서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상임고문들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김원기 고문은 “우리 당 경선이 본선이라는 느낌을 갖도록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고, 임채정 고문은 “국민들은 정권을 바꿀 준비가 돼 있으니 당을 화합해 잘 발전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추 대표는 최근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송영길 의원에게 직접 수권비전위원장직을 제안했는데, 이 역시 통합과 탕평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수권비전위원회는 추 대표의 전당대회 핵심 공약이었다. 송 의원 측은 “수락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추 대표는 이날 국회를 찾은 성주·김천투쟁위원회 관계자들과 면담하면서 사드 배치 당론 채택 여부에 대해선 확답을 주지 않았다. 추 대표는 “제 개인 소신(사드 배치 반대)은 이미 다 밝혔다”면서도 “당론으로 정하려면 토론이 필요하다. 심도있게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오로지 국민 생명, 나라 미래의 관점에서만 사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추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최대 현안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고 사드 배치 논쟁을 피해간 건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미 집권한 당의 대표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추미애 ‘통합행보’… 당내 반응은 엇갈려
입력 2016-09-07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