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의원 ‘강연 정치’ 재개… 대권행보 시동?

입력 2016-09-08 00:04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대학 특강에서 주요 분야에 대한 정견을 밝히며 이른바 ‘강연 정치’를 재개했다. 그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 찬성, 외고·자사고 폐지, 모병제 반대, 청년수당 비판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복당 이후 침묵을 깨며 사실상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유 의원은 7일 강원도 춘천 한림대에서 ‘왜 정의인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최근 스폰서 의혹이 제기된 현직 부장판사·검사 사례 등을 언급하며 “판사도 검사도 돈에 무너지는 사법정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에 ‘셀프 개혁’을 맡기는 건 국민 경험상 (개혁을) 안 하겠다는 것과 같다”며 “야당이 말하는 공수처 도입 주장을 안 받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이 (공수처 반대) 당론을 재검토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은 교육 분야와 관련, “자사고와 외고는 폐지하는 게 맞다. 제2의 고교 평준화 개혁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경필 경기지사 등이 꺼낸 모병제 도입 주장에 대해서는 “부잣집 자녀들은 군대에 가는 애들은 거의 없고, 가난한 형편의 자녀들만 가게 된다”며 “정의롭지 못한 발상”이라고 반대했다. 남 지사는 곧바로 “모병제와 정의에 대해 공개토론을 하자”고 맞받아쳤다.

유 의원은 서울·성남의 청년수당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성남만 지급하는 건 재정자립도가 낮은 전남·강원 등 지역의 청년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며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주는 게 건설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무상복지와 선별복지는 함께 가야 한다”며 “무상 주택, 의료는 말이 안 되지만 초·중고 무상급식은 찬성한다”고 했다. 유 의원은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부실을 언급하며 “기업이 부실한데 ‘서별관회의’를 통해 돈을 대주고 했다면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강의 후 “대선출마 각오가 서면 솔직하게 뜻을 말씀드리겠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행보하고 현장도 방문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정현 대표에 대해서는 “일단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청와대에 너무 동조하거나 끌려가는 부분은 아쉽다”고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