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高위험군’ 자살미수자 관리 소홀

입력 2016-09-08 04:11

지난 5일 경기도 안산의 한 사무실에서 발생한 동반자살 사건은 자살 시도자에 대한 사후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숨진 채 발견된 4명 중 3명은 사건 발생 14일 전인 지난달 22일에도 목숨을 끊으려 했다가 경찰에 구조됐었다.

과거에 자살을 시도했던 자살 미수자는 사망자의 가족 등과 함께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7일 보건복지부의 ‘2013년 자살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살 미수자의 자살사망률은 일반인구 자살사망률의 25배 정도 됐다. 2007∼2011년 응급실을 찾은 자살 시도자 8848명의 사망 자료를 근거로 분석한 결과 첫 시도 이후 사망한 사람은 622명이었지만 이후 재시도해 사망한 사람도 236명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때문에 고위험군인 자살 미수자에 대한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 정부도 이를 감안해 2013년부터 응급실 기반 자살 시도자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2013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응급실을 찾은 1만3000여명의 자살 미수자에게 서비스를 제안한 결과 사후 관리 서비스를 받지 않은 미수자의 사망률은 14.6%였다. 반면 서비스를 받은 사람의 사망률은 5.9%로 상대적으로 더 낮았다. 정부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25개인 관련 병원의 숫자를 내년 40개로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자살 미수자를 비롯한 전반적인 자살 예방 정책의 체감도가 낮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높은 자살률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은 2006년 자살대책기본법을 만든 후 ‘자살대책 관련예산’을 매년 따로 발표하는 등 종합적인 계획 아래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자살대책 관련예산도 2007년 246억엔에서 올해 792억엔까지 증가했다. 자살 미수자에 대한 예산 역시 2007년 15억엔을 시작으로 많을 경우 20억엔 넘게 편성하고 있다. 적극적인 정책은 효과로 이어졌다. 일본의 자살자 수는 2011년까지 3만명 규모였으나 지난해 2만4025명으로 낮아졌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2011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만들고, 2012년부터 시행하고 있지만 자살대책 관련 부처별 예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자살 관련 전담부서가 따로 있어 통합 관리가 가능하지만 우리는 전담하는 부서가 없다보니 통합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상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살 예방을 위해선 사망자에 대한 ‘심리적 부검’과 동시에 자살 미수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심리 분석과 상담을 통해 추가 사망을 막는 방안을 꾸준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