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도올, 시진핑을 말한다] 시진핑을 통해 본 중국의 오늘

입력 2016-09-08 17:55
도올이 시진핑(사진)을 얘기한다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최고지도자 시진핑은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이고, 도올 김용옥은 근래 저서 ‘도올의 중국일기’와 방송 ‘차이나는 도올’(JTBC) 등을 통해 중국 얘기를 열심히 풀어내고 있다.

도올은 “오늘날 중국정치를 바라보는 가장 긴요한 핵은 실로 매우 단순한 것이다. 그것은 시진핑이라는 인간, 그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다”라며 얘기를 시작한다. 그렇다고 이번 책이 시진핑은 누구인가에만 초점을 맞춘 건 아니다. 시진핑의 생애와 권력장악 과정을 조명하면서 중국 현대사와 정치체제의 특성을 추출하고자 한다.

도올은 기존 한국 언론이나 전문가들의 해석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새로운 시각으로 시진핑과 중국정치를 읽어낸다. 그는 시진핑이 후진타오로부터 일시에 당, 국가, 군의 최고지위를 모두 넘겨받았다는 점에 주목하는데, 덩샤오핑이나 장쩌민이 후계자에게 권력을 이양하면서도 군사위 주석 자리만은 넘기지 않았던 것과 비교해 “초유의 국면”이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이를 후진타오 시대까지 계속된 상왕정치의 종식, 4반세기를 유지해온 장쩌민 권력의 단절로 해석한다. 또 시진핑이 원로정치를 봉쇄한 것을 두고 ‘시진핑의 독주’ 식으로 해석할 문제가 아니라면서, 기나긴 적폐를 해소하고 중국의 행정체계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가장 선행되어야만 할 핵심과제의 과감한 실천이라고 본다.

도올은 또 중국의 헌법 제정 과정과 당-군-국가 체제의 형성 과정을 돌아보고, 중국정치의 저변에 깔린 ‘인치’와 ‘민본’의 정신, ‘적우제’라는 지도자 선발 방식 등을 들여다보면서 서구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중국 정치체제를 일당독재로 얘기하는 게 맞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도올은 이 책에서 시진핑을 탁월한 지도자로 바라보고 있음을 드러낸다. 특히 사회주의의 명암을 체험한 시진핑이 민주주의나 시장경제 등 서구적 가치가 극도로 병들어 있는 상황에서 휴머니즘에 입각한 새로운 민주적 가치를 창조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책 후반부는 200페이지가 넘는 연표로 채워졌다. 통나무 출판사 편집부에서 작성한 ‘시진핑과 그의 아버지 시종쉰의 삶을 통해서 본 중국현대사 연표’로 중국역사뿐 아니라 한국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잘 정리해서 보여준다.

김남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