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주도 땅값 밀어올리고 유주택자에 “집사라” 대출… 투기 부추긴 공기업

입력 2016-09-08 04:00

“이효리가 제주 땅값 올렸다구요? JDC가 올린 거예요.”

제주시에서 해산물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A씨(49)는 제주 땅값이 급등한 것은 가수 이효리씨가 신혼살림을 제주도에 차렸기 때문이 아니라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때문이라고 원망했다.

지난 6일 제주에서 만난 지역주민들도 A씨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JDC는 2002년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근거해 세운 공기업이다. 제주도에 투자하는 기업과 투자자에게 조세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현재 영어교육도시, 헬스케어타운, 첨단과학기술단지, 신화역사공원, 휴양형주거단지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JDC는 야당과 시민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중국인 투자자들에게 헐값에 토지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에 토지를 구입한 중국 기업들이 제주도 땅에 리조트, 아파트 등을 지어 비싼 가격에 분양하면서 땅값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서귀포시 안덕면 일원 398만㎡(약 121만평) 부지에 조성 중인 제주 신화역사공원은 홍콩의 란딩(藍鼎)국제발전유한공사와 겐팅 싱가포르(복합리조트 운영 회사)의 합작 법인인 람정제주개발이 약 2조원을 투자해 건설하고 있다.

JDC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토지 매입가는 평당 42만원이었다. 그러나 아파트, 콘도를 지은 란딩의 분양가는 평당 1800만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강북 아파트 가격과 비슷하다. 한국에서 가장 비싼 180억원짜리 콘도 다섯 채도 이곳에 있다. 모두 중국, 홍콩에서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귀포시 동홍동과 토평동 일원에 건축 중인 153만㎡(약 47만평) 규모의 헬스케어타운 역시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부동산 국유기업 녹지그룹이 1조50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이곳 아파트는 간판부터 중국어라 한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릴 정도다. 분양가는 5억원 이상이다. 외국인들이 부동산에 5억원만 투자하면 이민이 가능한 부동산투자이민제에 따라 책정한 금액이다.

분양가가 오르면서 지역의 주변 땅값까지 덩달아 올랐다. 제주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가격이 오를 대로 올랐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정점을 찍지 않은 것 같다”면서 “당분간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투기를 부추겨 주민 원성을 사고 있는 공공기관은 또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해양수산부 산하 공공기관인 부산항만공사가 회사 규정인 후생복지규정을 고쳐 기존 무주택 직원만 받던 주택자금 대부를 주택이 있는 직원들도 받을 수 있도록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주택을 이미 소유한 47명은 주택구입 및 임차자금 명목으로 총 18억8000만원의 대부를 받았다. 이 중 7명은 주택자금 대출 시에 주택을 2채 이상 소유하고 있었다. 김 의원은 “무주택 서민들은 주택 구입은커녕 전세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공기업에서는 주택을 소유한 직원들에게 주택 구입과 임차자금을 지원한 것”이라며 “이는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투기를 조장하는 행태”라고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