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090원으로 떨어지며 1년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세계 주요 항만에서 발생한 물류대란에다 원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수출업체들의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5.2원 하락한 10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해 5월 19일(1088.1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지난달 16일 기록했던 연저점(1092.2원)도 경신했다.
환율 급락은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최근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에서 연내 금리 인상을 강조하면서 달러화 강세가 진행되는 듯했지만 미국의 고용지표를 비롯해 제조업·서비스업 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리 인상이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됐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4로 집계돼 전월(55.5)보다 4.1포인트 하락하며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연준에서 매파적 발언이 나왔지만 결국 금리 결정은 데이터를 보고 하는 것”이라며 “금리 인상 기대감이 낮아지고 글로벌 시장이 안정되면서 위험자산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그동안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에 눌려 있던 한국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돋보이게 했다는 평가다. 금융시장에서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한국 시장에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통화정책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외환시장은 경상수지와 외환보유액 등 달러 수급 요인의 영향력이 실현되고 있다”며 “다음달 미국의 환율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외환 당국의 개입이 어려울 것이란 심리적 요인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미 재무부로부터 환율조작국 지정을 받지 않으려면 당국이 환율 개입보다 당분간 원화 강세를 용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 가뜩이나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으로 비상이 걸린 수출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수출물류 애로해소 비상대응반을 꾸렸지만 세계 주요 항만에서 선박이 억류되고 입항 및 하역이 지연되는 사태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세계경기 부진으로 대외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원화가치 절상은 수출기업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美 경제지표 부진… 환율 16개월만에 최저
입력 2016-09-07 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