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의 문제는 朴 대통령의 정치”

입력 2016-09-08 04:32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기에 앞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이동희 기자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금 대한민국의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라며 “대통령께서 지금 이대로 간다면 국민은 절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날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민생’을 강조한 것과는 정반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반복해 언급하면서 국민의당의 역할론에 불을 지폈다.

박 위원장은 “정치가 변하려면 정치의 중심에 있는 박 대통령께서 변해야 한다”며 “1년 반의 남은 임기 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남북정상회담과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상회담으로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한편, 정치 변화의 기폭제인 개헌으로 협치의 기반을 마련하자는 얘기다. 박 위원장은 이어 “박근혜정부 3년 반은 고통과 질곡이었다”며 “민주주의, 서민경제, 한반도 평화는 모두 무너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또 “경제위기를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정치”라며 “제 경험에 의하면 정치는 ‘곱셈의 마법’”이라고 했다. “경제가 일류라고 해도 정치가 삼류, 즉 ‘0’이면 모든 것이 ‘0’이 돼버린다”는 것이다. 그는 IMF 사태를 극복한 일을 예로 들며 “정치만 제자리를 찾아도 경제는 날개를 단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를 만들어내는 정치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통령은 독선과 불통을 멈춰야 한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해임이 정치 정상화의 신호탄”이라고 했다. 그는 연설에서 ‘대통령’이라는 단어를 30차례 이상 언급하며 청와대 책임론을 강하게 주장했다.

박 위원장이 연설 내내 ‘정치 역할론’을 강조한 것은 결국 국민의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정부·여당이 원내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는 탓에 국민의당이 활약할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 위원장이 우 수석 사퇴 및 사드 배치 국회 비준 동의,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기간 연장, 누리과정 예산 문제 등 해묵은 현안을 풀어 달라고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야권에서는 “오래된 현안들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이 워낙 완강해 민생 현안을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 위원장은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함께 추진해야 할 새로운 현안도 제시했다. 검찰 개혁을 위해 국회 내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하는 한편 한전 약관을 개정해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시급히 처리하자고 했다. 공정성장 입법은 물론 4차 산업혁명 대비를 위한 미래일자리 특위 활동에도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위원장은 최근 이슈로 떠오른 가습기 살균제, 폭스바겐 사태 피해자 구제가 시급하다고 주장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입법도 재차 강조했다. ‘중복지·중부담’이라는 한국형 복지 모델 정립을 위해 여·야·정과 민간이 함께하는 ‘원탁회의’ 구성도 촉구했다.

글=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사진=이동희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