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이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디스플레이 조립, 포장 등 공정을 위한 컨베이어 벨트는 쉼 없이 돌아갔다. ‘Full HD TV’라고 적힌 박스에 TV와 액세서리가 차곡차곡 담겼다. 수십개의 포장된 TV 완제품은 비닐로 꼼꼼히 싸여 옮겨졌다.
지난 5일(현지시간) 헝가리 야스페니사루시(市)에 위치한 삼성전자 TV생산법인은 활발히 가동되고 있었다. 야스페니사루시는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다. 1989년 세워진 헝가리 생산법인은 슬로바키아 생산법인과 함께 유럽에 공급되는 TV를 생산하고 있다. 프리미엄 디자인을 내세운 세리프 TV도 이곳에서 전량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된다.
법인 공장은 자동화 시설과 인력 공정이 적절히 분배돼 있었다. 특히 공기 질을 신경 써야 하는 디스플레이 생산의 경우 공기정화 필터가 설치된 클린 부스에서 방진복을 입은 근로자만 들어가 일할 수 있다. 흰옷과 모자를 쓰고 장갑까지 낀 직원들은 세심하게 부품을 살폈다.
야스페니사루시의 인구 5600여명 중 삼성전자 생산법인에서 일하는 인력이 2800여명으로 절반가량 된다. 삼성전자시(市)라 해도 될 정도다. 아버지와 아들이 대를 이어 근무하는 경우도 많다. 헝가리 생산법인은 10개 라인에서 연간 700만대의 TV를 유럽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헝가리 생산법인과 슬로바키아 생산법인을 합쳐 지금까지 누적 1억4000만대의 TV가 유럽 전역에 공급됐다.
올해는 6월 10일∼7월 10일 열린 축구대회 ‘유로 2016’ 덕분에 비수기 없이 1년 내내 성수기 체제로 공장이 가동됐다. 10개의 완제품 라인에서 5∼6분에 한 대씩 TV가 만들어진다. 삼성전자 헝가리 생산법인장 안윤순 상무는 “유럽의 TV 판매량이 미국시장에 필적할 정도”라며 “삼성전자의 TV 트렌드와 시장 트렌드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헝가리 생산법인 매출은 2005년 11억3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22억5000만 달러로 늘어나는 등 10년 새 2배가량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헝가리 평판TV 시장에서 44.2%의 점유율을, 60형 이상 대형 TV 시장에서 65.3%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시민 대부분이 삼성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법인은 사회공헌 활동에도 신경 쓰고 있다. TV와 태블릿, 전자 칠판 등 첨단 제품을 사용해 IT 교육을 받는 삼성 스마트 스쿨을 운영하고, 의료지원이나 봉사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안 상무는 “소비자 10명 중 9명은 TV 브랜드로 삼성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정도로 헝가리 국민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성장했다”며 “헝가리 기업 순위 6위의 ‘국민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야스페니사루(헝가리)=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르포] 삼성전자 헝가리 야스페니사루市 생산법인 가보니 市 인구 절반 2800명이 ‘TV 생산’에 몰두
입력 2016-09-08 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