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안타,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입력 2016-09-08 00:00

삼성 라이온즈와 절대 떼어놓을 수 없는 두 베테랑 타자가 있다. 바로 ‘꾸준함의 대명사’ 박한이(37)와 ‘국민타자’ 이승엽(40)이다. 이들은 언제나 제자리에 서 있는 소나무처럼 변함없이 팀을 지켜왔다. 두 선수는 프로야구 데뷔 이후 줄곧 삼성에서 활약했다. 그들이 입어온 파란색 유니폼을 대체할 색깔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 박한이와 이승엽을 보고 다들 ‘삼성맨’이라고도 한다.

박한이는 2001년, 이승엽은 1995년에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햇수로 각각 16년, 14년째다. 박한이는 한번도 국내무대를 떠난 적이 없다. 이승엽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일본프로야구에서 6시즌을 보냈다. 그 외엔 삼성과 함께 했다. 이들의 활약 속에 사자군단은 통합 4연패, 정규리그 5연패 등 영광스러운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올해는 사실 팀 성적이 좋지 않다. 정규리그 막바지에 이르렀으나 삼성은 순위표에서 여전히 9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두 선수는 늘 그래왔듯이 묵묵히 팀을 이끌고 있다. 삼성이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자 후배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고참선수로서 말이다.

박한이와 이승엽은 항상 팀을 먼저 생각해왔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이승엽은 삼성의 주축선수들이 줄부상으로 신음을 내는 상황 속에서도 타선을 비우지 않았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빚어낸 결과다.

박한이는 무릎부상으로 수술까지 받은 탓에 시즌 초반 꽤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다. 그럴수록 조금 더 복귀를 서둘렀다. 선배로서 팀의 추락을 막아야할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완전한 노장의 반열에 접어든 두 선수는 후배들 못지않게 열심히 뛰었고, 그 어느 때보다 더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렇게 시즌을 치르다보니 어느덧 각종 개인기록들과도 인연이 닿기 시작했다. 팀 성적이 좋지 않아 크게 기뻐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이들의 개인기록은 그만큼 매 경기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박한이와 이승엽은 나란히 개인통산 2000안타를 바라보고 있다. 박한이는 6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2000안타까지 단 1개의 안타가 부족하다. 이날 이승엽도 1안타를 추가해 1998번째 안타를 달성했다. 2안타만 더하면 대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개인통산 2000안타는 현재까지 프로야구에서 단 7명의 선수만 가진 값진 기록이다. 꾸준한 기량이 뒷받침돼야 일궈낼 수 있다. 은퇴 선수로는 양준혁 전준호 장성호, 현역 선수 중에는 이병규 홍성흔 박용택 정성훈이 2000안타를 넘어섰다. 이승엽이 기록을 달성하면 전준호의 최고령(39세 6개월 27일) 2000안타도 갈아치우게 된다.

박한이와 이승엽 둘 중 한명만 역대 8번째 2000안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한날 한 경기에서 함께 2000안타 고지를 밟을 가능성도 크다. 7일 kt전에서 기록을 달성할 경우 박한이는 1892경기, 이승엽은 1748경기 만이다.

삼성맨들의 대기록 잔치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박한이는 꾸준함의 대명사답게 데뷔 후 지난해까지 15시즌 연속 세 자릿수 안타 행진을 이어왔다. 2003년에는 170안타로 커리어 하이를 썼다. 2008년 4월 19일 개인통산 1000안타, 2012년 7월 18일 1500안타 고지를 밟았다. 올해는 부상의 여파로 출전 경기수가 적은 와중에 77안타를 때려냈다. 삼성은 24경기를 남겨뒀다. 남은 시즌동안 경기당 1개꼴로 안타를 때려낸다면 충분히 16시즌 연속 100안타 돌파를 바라볼만 하다. 지금껏 프로야구에서 16시즌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양준혁 해설위원(1993∼2008시즌)뿐이다.

이승엽은 개인통산 1400타점에 도전한다. 그는 지난달 23일 1389타점으로 양 해설위원의 최다타점 타이기록을 쓴 뒤 6타점을 더 추가했다. 5타점만 보태면 또 하나의 기록을 쓴다. 또 한·일 통산 600홈런 도전도 아직 진행형이다. 올 시즌 23홈런을 기록한 이승엽은 2개의 대포만을 남겨두고 있다.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