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김영란법’… 사업 실무 공무원에만 4억대 변상금 폭탄

입력 2016-09-07 17:40
불법공사로 물의를 빚은 제주시 애월읍 곽지과물해변 해수풀장 조성사업과 관련해 사업을 추진한 공무원들이 4억원대의 변상금을 물어내야 할 처지가 됐다. 이 같은 결정은 하위직에만 책임을 전가한 처사란 반발이 확산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최근 곽지해변 해수풀장 조성사업에 대한 감사결과를 의결하고, 공사를 발주한 책임이 있는 국장·과장·계장·주무관 등 4명에게 원상복구 등 예산손실 책임을 물어 4억4000만원을 변상 조치할 것을 결정했다.

문제의 해수풀장은 당초 제주시가 8억원을 투입해 성인풀장 2곳과 유아풀장 1곳, 급·배수시설 등을 갖춰 곽지해변에 2000㎡로 조성하려고 계획됐다. 지난해 9월 실시설계 용역에 나서 11월 공사에 돌입했지만 공정률 70%인 상태에서 공사중지 및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졌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이행해야 할 ‘관광지 조성계획 및 개발사업 승인 변경 등에 대한 제주특별법’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관련 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환경단체의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감사위원회는 담당자인 주무관과 계장·과장에게 각각 1억2121만6716원을, 국장에게는 8530만652원의 변상명령을 요구했다.

하지만 감사위는 제주시장과 부시장에 대한 변상 명령을 내리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

이 사업은 과장 전결로 처리돼 결재 과정에서 시장·부시장의 지도·감독 책임을 묻기 어렵고, 실무자와 담당자가 관련 법령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책임 한계에 벗어난다는 게 이유였다.

반면 원희룡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사는 정치권과 지역민이 민원사업이라며 압박을 가한 성격이 큰데, 하위직에만 책임을 물은 것은 정의롭지 못한 처사”라며 재심청구 검토 의사를 밝혔다.

전국공무원노조 제주지역본부 역시 “사상 유례없는 ‘변상금 폭탄’이 내려졌다”며 행정소송 의지를 피력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