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가 동남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과의 합작영화가 줄줄이 개봉되고 이곳에 진출한 한국극장이 관객몰이 기록을 세우는 등 영화산업의 해외진출에 전진기지로 부상했다. 중국이 사드 관련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벽을 쌓고 있는 상황에서 동남아 시장이 한국영화 수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CJ E&M은 올 연말까지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에서 매달 한 편씩 합작영화를 현지에서 개봉한다. 오는 16일에는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와 연출력을 인정받은 베트남 데렉 응웬 감독이 제작에 참여한 호러물 ‘하우스메이드’를 선보인다. ‘마이가 결정할게2’ ‘트리플 트러블’ ‘내가 니 할매다’ ‘트레이서’에 이어 베트남에서 5번째로 개봉하는 한·베트남 합작영화다.
10월에는 인도네시아에서 동명 소설로 출간돼 큰 인기를 얻은 한·인도네시아 합작 ‘차도 차도’가 개봉된다. 종합병원을 배경으로 청춘들의 일과 사랑을 다룬 인도네시아 최초의 메디컬 로맨스 영화다. CJ와 현지 제작사가 기획, 투자, 제작, 마케팅까지 협업한 첫 번째 한·인도네시아 합작영화다.
11월에는 태국판 ‘수상한 그녀’가 개봉된다. 태국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피막’(2013)의 주연배우 다비카 후네가 심은경 역할을 맡는다. ‘수상한 그녀’는 한국(2014) 중국(2015) 베트남(2015) 일본(2016)에 이어 다섯 번째로 제작됐다. 12월에는 한·베트남 합작 액션 코미디 ‘사이공 보디가드’를 선보인다.
합작 영화의 잇단 개봉과 더불어 한국극장도 동남아에서 인기다. 2011년 베트남에 진출한 CGV는 지난 2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3분기에 1000만을 돌파한 것은 처음으로 최단 기간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12월 18일 1000만을 최초로 돌파하며 누적관객 1050만을 기록했다. 올해는 연말까지 1500만명이 관람할 것으로 기대된다. CGV가 베트남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4DX’ ‘IMAX’ ‘스타리움’ 등 다양한 특별관과 한국형 고품격 서비스가 주효한 것으로 분석됐다. 베트남 영화 편성 확대도 큰 역할을 했다. 지난 7월 개관한 침대극장 ‘라무르’는 연인들이 몰려들어 평균 좌석점유율 20%의 두 배가 넘는 50%에 달하고 있다. 포토티켓 서비스, 베트남쌀 샌드위치 등 이색 서비스도 관객몰이에 한몫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한국 영화 “동남아 시장을 잡아라”
입력 2016-09-08 1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