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불이행 죄.’ 쉽게 와 닿지 않는 죄목이다. 이 조항을 담은 법안이 ‘착한 사마리아인법’이라는 별칭을 달고 지난달 국회에서 발의됐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보고도 도움을 주지 않는 경우 처벌하도록 한 이 법안은 발의되자마자 뜨거운 논쟁을 몰고 왔다. 도덕을 법으로 구속하는 게 옳으냐는 것이다. 자신의 1호 법안으로 이 법을 발의한 새누리당 박성중(서울 서초을) 의원은 지난달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처벌 목적보다 규정을 만들어 사람들이 의무감을 느끼도록 하자는 게 법안 발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갈수록 개인주의로 흐르는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안 주요 내용은.
“형법과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 등 두 법률에 대한 개정안이다. 재난이나 범죄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있고, 도움을 주려다 피해를 입는 시민에 대한 의사상자 지정이나 의료급여 지원을 우선 실시케 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착한 사마리아인법으로 명명한 이유는.
“성경(누가복음 10장) 말씀에 보면 강도를 당해 쓰러진 유대인을 보고 같은 유대인 상류계급인 제사장 등은 지나쳤다. 그러나 유대인과 관계가 좋지 않았던 사마리아인이 위험에 처한 유대인을 구해 치료하고, 은 두 냥을 여관방 주인에게 맡기고 떠났다. 법안 취지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명칭이라고 생각했다.”
-법안 발의 계기는.
“이웃이 어려움을 당했을 때 함께 도와주는 사회 풍조가 없어져 안타까웠다. 이웃 간에 다툴 소지는 늘고 있는데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땅치 않다는 문제의식도 있었다.”
-외국 입법 사례는.
“독일 형법에 ‘구조불이행죄’가 있다. 오스트리아엔 ‘원조불이행죄’가 있으며, 프랑스는 5년 구금 또는 7만5000유로의 벌금 규정을 둔 ‘범죄의 불저지죄 및 구조불이행죄’가 있다. 일본 형법에는 ‘유기죄’가 있으며, 미국 호주 아일랜드 등도 구조를 위한 응급 행위에 대한 면책 조항을 두고 있다.”
-외국의 실제 처벌 사례는.
“처벌까지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법 규정 때문에 어려움을 처한 사람을 외면했을 때 죄책감을 느낀다는 점에서 볼 때 범죄 예방 효과 등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도덕 문제까지 법적으로 규제한다는 지적이 있다.
“판례에 따르는 불문법이 발달한 영국 미국과 달리 독일은 성문법을 통해 사회를 제어한다. 우리나라는 대륙법, 즉 성문법 체제를 따르고 있다. 80년 전 형법에 구조불이행죄를 규정한 독일에서도 법으로 도덕을 규제한다는 논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을 오스트리아 등 주변국에서도 받아들인 것은 실효성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의사상자 지정 제도 등 개정 방향은.
“의사상자 관련 예산 집행내역을 보니 2011년에 비해 2015년의 경우 편성된 예산과 집행액이 각각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의사상자 즉, 의로운 일을 하다가 돌아가시거나 다친 분이 줄었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신청 절차가 까다롭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보통 3개월 이상 걸리는 신청 절차를 획기적으로 줄여 의로운 행동에 따른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고, 의사상자에 대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전적으로 책임질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착한 사마리아인법’ 발의 새누리당 박성중 의원 “도덕적 의무감 법으로 높이자는 게 목적”
입력 2016-09-24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