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기아대책 희망월드컵’이 6일 오전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각 조 예선전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아프리카 남미 아시아 대륙에서 한국으로 날아든 어린이 110명이 축구 경기를 통해 새로운 꿈을 찾는 희망의 여정을 시작했다.
A조 개막전은 아프리카 강호 케냐와 남미의 다크호스 페루의 경기. 팽팽한 접전 끝에 1대 0 케냐의 승리로 끝났다. 이어 페루와 인도의 경기가 시작됐다. 1분 만에 골을 넣으며 기선을 제압한 페루 선수들의 활약에 승부는 일찌감치 갈렸다. 7대 0의 스코어였지만 인도팀 응원단의 목소리는 수그러들 줄 몰랐다. “한 골만! 한 골만!” 경기 종료 5분을 앞두고 인도의 슈산 바부 삼브하(16)는 골문을 향해 내달렸다. 그림처럼 골이 들어가자 응원단과 본부석, 선수단에서는 우승이라도 한 듯 난리가 났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인도팀은 슈산의 골로 감격스러운 첫 경기를 마쳤다.
‘크리켓의 나라’로 유명한 인도에서는 축구가 인기 종목이 아니다. 축구를 해 본 적 없는 여자 선수들은 경기 룰을 이해하지 못해 심판이 여러 차례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더구나 몬순 기후 지역이라 최근 한 달 반 동안 내내 비가 내리는 바람에 마른 땅에서 연습을 하지 못했다. 슈산은 “우리와 달리 상대팀은 훈련을 많이 해서 우리가 진 것 같다”며 “졌지만 생애 첫 골을 넣었을 때는 기절할 것처럼 기뻤다”고 말했다. IT 분야 엔지니어를 꿈꿔왔던 슈산은 “이번에 경기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인도의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인도 마하라스트라 주의 남택크티 CDP(어린이개발사업) 센터에서 아이들을 섬기고 있는 김인수 기대봉사단은 “아이들이 한국에 와서 인도인과 다르게 생긴 친구들을 만난 것을 기뻐하는 것 같다”며 “스스로 이방인이 된 듯한 느낌도 받고 그러면서 다른 나라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페루팀은 케냐와 인도, 두 나라 팀과 경기를 가졌다. 한국에서 지구 반대편의 아프리카 및 인도 친구들과 경기를 마친 아이들은 낯설지만 새로운 경험에 설렘을 느꼈다고 했다. 나옐리 곤잘레스(15·여)는 “경기장 안에서 여자 선수들끼리 서로 격려해줬다”며 “인도나 케냐의 언어를 알 수는 없었지만 격려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선수들은 A조와 B조 예선전 여덟 경기를 마쳤다. 저녁엔 공식 개막행사가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렸다. 10개국 기아대책 CDP 센터 후원아동들로 구성된 축구단과 한국의 후원자들이 함께 손을 잡고 입장했다.
대회장을 맡은 안정환 축구해설가의 인사말에 이어 손봉호 기아대책 이사장의 환영사가 이어졌다. 손 이사장은 “이 귀여운 아이들을 이 자리에 초청할 수 있게 된 것은 우리의 특권이고, 우리가 받은 축복과 우리의 임무를 깨달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며 “이들의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부디 참석해준 여러분들이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10개국 혼합 선수들로 구성된 ‘희망팀’과 ‘드림팀’의 올스타전이 펼쳐졌다. 네팔과 페루 선수들은 하프타임 동안 저마다 준비해온 전통 공연을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우간다팀 구단주를 맡은 김영걸 카이스트 교수는 “우간다에서 살던 마을을 벗어나본 적 없던 아이들이 한국에 와서 다른 나라 친구들을 만나고, 축구를 통해 희망과 자신감을 갖는 것 같다”며 “우간다뿐 아니라 모든 참여 아동들이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꿈을 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7일 2차 예선전 여덟 경기에 이어 8일 A조와 B조 1위의 결승전이 열린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10개국 빈곤층 어린 선수들 “꿈을 향해, 슛!”
입력 2016-09-06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