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성] 추석 연휴, 책과 떠나는 영적 순례

입력 2016-09-07 21:15
우주의 운행자이신 하나님이 들판에 시원한 바람을 풀어주고 계십니다. 추석 연휴 동안 고향에서 이 바람을 맞으며 영적 순례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는 하나님 나라를 향해 걸어가는 이 땅의 순례자입니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과 함께 보면 좋을 책이 나왔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이 길을 걷습니다. 게리 채프먼의 '5가지 사랑의 언어'를 익히면 좋겠습니다.

순례자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도 있습니다. 팀 켈러의 '일과 영성'을 읽으며 세상 한복판에서 크리스천으로서 소명을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이 순례에서 우리가 바라봐야할 대상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예수의 삶을 돌아보면서 그리스도를 본 받는 삶을 묵상해보세요.

순례

단테의 '신곡(神曲)'이 가톨릭 영성의 모본이라면, '천로역정(天路歷程)'은 개신교 영성을 대표하는 고전이다. 천로역정은 '크리스천'이란 이름을 가진 순례자가 멸망의 도시를 떠나 천상의 도시로 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복음을 받아들인 그리스도인이 온갖 고난과 역경을 뚫고 하나님 나라에 이르는 과정에 우의한 것이다.

이야기 전개가 흥미진진하고 비유가 탁월하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번역되고 읽혔다. 의심의 성에 갇힌 크리스천이 약속이란 열쇠로 감옥을 열고 나오는 장면이 한 예다. 천로역정 속 크리스천의 여정에 우리의 삶을 비춰 볼 수 있다. 마침 천로역정을 더 깊게 읽도록 도와줄 길잡이가 나왔다. 이동원 지구촌교회 원로목사는 최근 '함께 걷는 천로역정'을 펴냈다.

지난 1년 동안 천로역정을 주제로 강해 설교한 것을 묶은 것이다. 이 목사는 어린 시절 선교사로부터 천로역정을 선물 받아 신앙에 눈 떴고, 평생 이 책을 가까이 해왔다. 그는 이 설교를 위해 10차례나 다시 정독했다. '우리는 모두 순례자'부터 '죽음의 강과 새 예루살렘'까지 27편의 설교는 천로역정의 주요 장면을 성경적으로 이해하도록 이끈다.

피터 모든 영국 스펄전대 교수가 쓴 '존 번연의 순례자 영성'은 존 버니언의 인생이 천로역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솥과 냄비를 고치는 땜장이였던 버니언은 욕쟁이에 불과했다. 어느 날 설교를 듣던 중 '너는 죄를 버리고 천국에 가겠느냐 아니면 죄를 품고 지옥에 가겠느냐'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회심했다. 영국 국교회 성도가 아닌 이들의 모임에서 설교한 죄로 12년이나 투옥됐고 그 감옥에서 천로역정을 썼다.

사랑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가 지구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쓰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남녀가 사사건건 다투게 되는 이유를 관찰한 유명한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기독교 상담가 게리 채프먼이 같은 이야기를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풀어낸 책이 '5가지 사랑의 언어'다. 주요한 사랑의 언어에는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신체적 접촉, 봉사'가 있다.

갈등은 사람마다 '제1의 사랑의 언어'가 다르다는 데서 생긴다. 예를 들어 남편은 인정하는 말을 듣기 원하고, 아내는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을 원한다. 채프먼은 각자의 제1의 언어가 무엇인지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이 언어를 찾는 노력이 부부관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직장동료, 친구, 사제 간 등에도 해당한다. 모든 관계를 좀 더 친밀하게 만들어가고 싶은 이들이 읽을 만하다.

'결혼을 배우다'는 사진작가 이요셉이 연애하고 결혼하고 가정생활을 하는 동안 배운 것을 담고 있다. 남녀의 만남, 부부가 됨, 남편과 아내로 살아감에 있어 하나님과의 동행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부부는 서로를 하나님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고, 조금씩 가정을 하나님의 공동체로 만들어 간다. 온유한 사랑의 원리를 담아낸다. 하나님 안에서 만난 남녀의 아름다운 교본이다.

크리스천 부모는 어떻게 하면 사랑하는 자녀를 '지혜로운 하나님의 아이'로 키울지 고민한다. '영실이 키우기'는 워킹맘 강성화 전 고양외고 교장이 자녀 셋을 키운 7가지 원칙을 담은 책이다. 영실이는 '영성과 실력을 갖춘 아이'의 준말. 토요일과 공휴일에는 반드시 놀게 하고, 즐겁게 대화하는 시간을 만들고, 스스로 책을 보도록 안내하는 방법 등을 소개한다.

소명

우리를 괴롭히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 함부로 조종하거나, 졸렬히 공격하거나, 우리가 소명이라고 여기는 직장에서 일할 때도 마찬가지다. 곤경에 처하는 것은 대부분 이런 사람들 때문이라고 느낀다.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물을 때 '세 왕 이야기'는 모범답안 한 가지를 제시한다. '오로지 하나님께 인정받으라.'

'세 왕 이야기'는 이스라엘 왕 사울, 다윗, 압살롬의 리더십을 분석한 책이다. 사울은 오로지 자신이 지금 휘두를 수 있는 힘에만 관심 있다. 압살롬은 장차 갖게 될 권력을 위해 전력투구한다. 다윗은 사울의 압제나 압살롬의 공격에 초연하다. 그는 하나님이 악인을 심판하실 것을 믿고 하나님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긴다.

'일과 영성'은 우리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직업인지, 소명인지를 묻는다. '돈'만이 목적이라면 그 일은 밥벌이이고 '의미'를 찾아내고 있다면 그 일은 소명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어떤 거룩한 의미가 있다. 세상을 위해 열정적으로 일하고, 나를 위해 충분히 쉬고, 하나님을 위해 의미를 찾다 보면 일에서 영성이 발현된다. 일과 신앙이 하나 된다.

일과 신앙이 분리되지 않는 그리스도인을 종종 만날 수 있다. 'P31'의 저자 하형록은 잠언 31장에 따라 세계적 건축회사 팀하스를 운영한다. 그는 "수익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사업을 한다"고 말한다. 팀하스의 기록은 하나님이 기업을 통해 어떻게 영혼을 구원하고,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보여준다.

예수

이렇게 치밀한 ‘예수님’ 만화는 없었다. ‘마가복음 뒷조사’는 마가복음의 신학적 구조와 그 내용을 둘러싼 학계의 논의가 심도 있게 반영돼 있다. 그림으로 된 신학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기독교 웹툰 사이트 에끌툰(eccll.com)에 김민석 작가가 연재한 작품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야기는 성서의 역사성을 의심하는 이가 복음서가 허위와 날조에 불과하다며 기소하는 데서 출발한다.

예수의 생애와 관련된 신학적 논의를 ‘순식간에’ 살펴볼 수 있다. ‘모든 문제에 대한 단 하나의 답’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 유기성 선한목자교회 목사, 김용의 열방기도센터 대표 등이 우리가 삶에서 만나는 수많은 갈등과 문제, 절망과 실패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보고 답을 구하도록 안내한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한다면 두려울 게 없다.

기독교 3대 고전으로 꼽히는 ‘그리스도를 본받아’. 15세기 네덜란드 공동생활 형제단의 수도사 토마스 아 켐피스가 1427년 경건생활 지침서로 쓴 것이다. 마르틴 루터, 존 웨슬리, 디트리히 본회퍼 등이 큰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 책이다. 책은 영적 삶과 내적 위로 등을 담은 100여 가지 글로 구성돼 있다.

‘참된 화평을 가져다주는 사람’ ‘신실한 영혼의 내면에 들려주시는 그리스도의 음성’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겸손히 순종함’ 등의 주제를 한 수도사가 깊은 내면에서 고요하게 끌어올린 문장으로 기록하고 있다. “제가 사랑의 소유물이 되게 하여 저의 강한 열정과 희열로써 제 자신 위로 치솟게 하소서.” 세계적 영성신학자 리처드 포스터는 “경건 문학의 걸작”이라고 평가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