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업계 초비상… 가압류 화물 되찾지 못하고 제품 실을 배 없어 전전긍긍

입력 2016-09-07 00:15

한진해운발 화물대란으로 수출업계의 속병이 깊어 가고 있다. 한쪽에서는 한진해운 선박 가압류로 항만 등에 묶인 화물을 되찾지 못하고, 다른 쪽에선 제품을 해외로 실어 나를 배가 없어 발을 구르는 상황이다. 물류 피해 신고는 하루 만에 4배 수준으로 늘었다.

한국무역협회는 6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접수된 중소·중견 무역업체의 신고건수가 119건으로 전날 32건의 3.7배 급증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주로 납기 지연에 따른 바이어(구매자) 이탈 등이 현실화할 것을 우려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고 있다.

피해 신고는 유형별로 해외 선박 억류와 해외 입항 거부가 각각 41건, 33건으로 상당수다. 화물 운송 지연으로 주문이 취소되거나 대체 물량을 항공기로 긴급 수송해 비용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다는 신고가 새롭게 접수됐다.

LG전자의 경우 최근 한진해운 물류 예약을 모두 취소하고 대체 선사 확보를 위해 다른 나라 선사까지 고려하고 있다. 현대상선이 수용할 수 있는 물류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아랍에미리트 원전 건설 부품을 실은 컨테이너선이 싱가포르에 억류된 상태다.

유럽과 아시아 등으로 수출하는 볼트형 금형공구 생산업체 T사는 싱가포르와 중국 상하이에 12만8080달러(약 1억4000만원) 규모의 화물이 억류됐다. 업체는 긴급 대응에 나섰지만 해결까지 4주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육지에 내린 화물을 운송해줄 트러킹(육상운송) 업체들이 작업을 거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현재 화주와 포워더(화물운송 대행사)들은 비용을 분담해 가압류된 컨테이너 화물을 빼내고 있다.

항로별 피해 신고는 아시아 54건, 미주 50건, 유럽 44건, 중동 29건 등이다. 특히 미국 항로에서는 납기 지연에 따른 항의가 늘고 있다. 협회 측은 “보통 월 1, 2개 컨테이너 규모를 수입하는 중소 교포 기업은 국적 선사인 한진해운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1∼2개월 안에 화물을 넘겨받지 못하면 도산하는 회사가 다수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항로에서는 한국과 중국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물량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부산에서 상하이·선전 등 중국을 경유해 유럽으로 가는 물량은 주로 중국 항만에 압류·억류돼 있다. 납기 지연 등이 2주를 넘기면 관련 업계 전반으로 자금 경색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국적선사 현대상선의 물동량을 70만TEU까지 키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적선사의 물량 수송 능력이 운임료 결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선사들과 운임료 협상을 할 때 국적선사 운송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운임 인상까지 가중되면 수출 경쟁력은 더욱 떨어진다”며 “지금 상황은 국가 이미지와 중소기업 신뢰도 하락뿐 아니라 추후 생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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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욱 허경구 기자, 세종=서윤경 기자 kcw@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