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검은 목소리’ 주의보가 내려졌다.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과 스미싱(문자금융사기) 조직들은 명절 대목을 노리고 집중적으로 ‘미끼’를 던진다. 선물을 주고받는다는 특성을 이용한 택배 사칭, 급전이 필요한 대목이라는 점을 악용한 대출빙자가 대표적 유형이다.
경찰청은 선물 배달을 가장한 각종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조심해야 한다고 6일 밝혔다. 문자메시지로 추석 인사와 함께 보낸 인터넷 주소를 누르면 악성 코드가 설치돼 자동으로 소액 결제가 이뤄지는 스미싱도 주의해야 한다.
‘택배 사칭’은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고전적 수법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추석 선물을 택배로 배달할 예정’이라며 받을 사람을 확인한다. 전화를 받은 사람이 ‘수취인 정보가 다르다’고 하면 ‘개인 정보가 유출된 것 같다’며 전화를 끊는다.
이어 같은 사람에게 경찰 등 수사기관을 사칭한 전화를 다시 건다. 잘못된 택배 배달 전화를 받은 사람은 자신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믿게 된다. 수화기 반대편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돈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며 계좌 이체를 유도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7239건, 피해액은 1069억원이다.
‘대출빙자형’도 단골메뉴다. ‘추석맞이 특별 저금리 대출’ 등으로 유인하고 신용등급 조정비나 보증료 등의 명목으로 먼저 돈을 요구해 이를 가로채는 수법이다. 미리 대출 상담정보를 불법으로 입수한 뒤에 돈이 필요한 사람만 골라 접근하기 때문에 속아 넘어가기 십상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상반기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의 월평균 피해액이 약 85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9%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여기에다 ‘명절 인사 문자’ ‘택배 배송 문자’도 명절에 유행하는 사기다. 구조는 단순하다. 문자에 첨부된 인터넷 주소를 클릭하면 악성 코드가 설치되고 자동으로 휴대전화 소액결제가 이뤄진다. 다만 인터넷 접속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들이 더욱 치밀해지고 있다. ‘배송이 지연되고 있으니 아래 주소에서 배송 일정을 확인해 보라’거나 ‘추석 선물을 보낼 테니 수령 가능한 시간을 아래 주소에 남겨 달라’는 식이다. 이미 악성 코드에 감염된 지인 명의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기까지 한다. 지난해 경찰청에서 탐지한 스미싱은 134만1347건에 달한다.
글=김판 기자 pan@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명절 대목 노리는 ‘검은 목소리’… “추석 선물을 택배로 배달할 예정입니다”
입력 2016-09-07 0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