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해임건의안’에 비박 반란표?… 친박 고립되나

입력 2016-09-07 04:29
야3당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밀어붙이고 나서자 여당 지도부는 거야(巨野)의 횡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순식간에 코너로 몰릴 수 있는 사안인 만큼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 자체를 저지하려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이 해임건의안에 찬성하는 ‘반란표’를 던진다면 적전분열 양상까지 연출되는 셈이다. 김 장관 인사검증을 맡았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이에 침묵했던 당내 친박(친박근혜)계가 고립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야3당은 다음주 초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추석 민심을 겨냥해 김 장관 해임 여론에 불을 붙이겠다는 포석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발의되면 국회의장은 발의 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해야 한다.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이 기간 내 표결하지 않은 해임건의안은 폐기된다.

야당은 대정부 질문을 위한 본회의가 잡혀 있는 20∼23일 해임건의안을 상정, 표결 처리할 방침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우 수석이 인사검증을 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에 대해 “국정방해, 국정마비 행위”라며 맹비난했다. 정 원내대표는 “87년 헌법 체제 이후 두 차례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통과됐는데 모두 여소야대 정국에서 거대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주도했다”고 했다. 이어 “(통과 이후인) 2002년 대선, 2004년 총선에서 모두 한나라당이 패했다는 점을 야당은 반면교사로 삼아주기 바란다”고 했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김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지면 사실상 이를 저지할 방법이 없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찬성으로 발의,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되기 때문이다. 김 장관 해임에 공조 체제를 구축한 더민주와 국민의당, 정의당 의석수를 모두 합하면 165석으로 과반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김 장관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 장관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지방대 출신 ‘흙수저’이기 때문에 당했다”며 법적 대응 의사를 모교 동문 인터넷 사이트에 밝힌 점 때문이다.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여당 입장에선 국정 공백을 우려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김 장관을 용인한 측면도 있다”며 “해임건의안이 상정되면 이런 의미를 표로써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장관 정도 되면 좀 점잖게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행동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우 수석 퇴진을 요구했던 비박(비박근혜)계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회 보이콧’으로 형성된 여당의 단일대오가 무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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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택 권지혜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