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성규] 닮은 점 많은 ‘흙수저’ 김재수 ‘개·돼지’ 발언 나향욱

입력 2016-09-06 18:10

‘흙수저’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인사 청문회에서 음해를 당했다는 김재수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민중은 개·돼지’ 발언 논란을 일으킨 교육부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과 닮은 점이 많다.

둘은 행시 출신으로 고위직에 오른 엘리트 공무원이라는 표면적 공통점 외에 생각의 밑바탕에는 ‘우리는 너희와 다르다’는 선민의식이 자리 잡고 있는 듯싶다. 이들이 속한 ‘상위 1%’의 세상에서는 7년 동안 보증금 1억9000만원으로 93평 아파트에 산 ‘황제 전세’와 평균보다 낮은 대출금리로 업무 연관성이 있는 CJ가 건립한 빌라를 분양가보다 2억원 싸게 산 것을 비판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민중의 99%는 개·돼지라는 발언도 개인적인 생각이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왜곡돼 있다. 김 장관은 자신이 지방대(경북대) 출신으로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 정반대다. 현 내각에서 경북대 출신 장관은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등 3명이나 된다. 이명박정부 때 K대(고려대) 출신이 잘나갔다면 이번 정부에서 잘나가는 K대는 경북대라는 얘기는 관가에서 모르는 이가 없다. 나 전 기획관 역시 영화의 대사를 인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문제가 된 술자리 대화의 문맥상 현 사회가 신분제 사회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는 뉘앙스다.

진정성 없는 사과도 판박이다. 김 장관은 경북대 동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논란이 일자 4줄짜리 자료를 통해 뒤늦게 “송구스럽다”고 사과를 했다. 그러나 그 자료가 나오기 불과 30분 전 농식품부 기자실에서는 “내가 올린 글은 한 줄, 한 센텐스(Sentence·문장)도 틀린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나 전 기획관은 문제의 술자리에서 공식적으로 발언 철회와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의 제의를 거부했다. 한 가지 다른 점도 있다. 나 전 기획관은 파면됐지만, 김 장관은 6일 첫 장관 일정을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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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경제부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