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립교회 돕고, 지역 농가는 웃고…

입력 2016-09-06 20:52 수정 2016-09-06 21:07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 글로벌광장에서 6일 진행된 ‘전국 미자립교회 지원을 위한 농수산물 직거래장터’에서 오정현 목사(오른쪽 두 번째) 등 예장합동 총회 관계자들이 판매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진도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새우 멸치 다시마가 왔어요.” “해남 땅끝에서만 나오는 꿀고구마 보고 가세요. 호박고구마의 단맛이 싸악 잊혀집니다.”

6일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글로벌광장은 시골 5일장이 열린 듯 시끌벅적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교회자립지원위원회(위원장 김선규 목사)가 지난해에 이어 전국 미자립교회 지원을 위한 농수산물 직거래장터를 마련한 것이다. 정선 곤드레나물, 함평 고춧가루, 의성 마늘 등 전국 46개 농어촌교회에서 올라 온 100여 종의 농수산품들이 장터를 빼곡히 채웠다.

경북 상주에서 새벽기도회를 마치자마자 달려왔다는 이상진(구서교회) 목사는 “성도들 농가가 성장해야 농어촌지역 교회도 부흥할 수 있다”며 “도시와 농촌교회가 협력해 지역 농가의 숨통을 틔워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목사와 함께 온 이도영(45·여) 성도는 “지난해 11월 귀농해 표고버섯 농사를 시작했는데 이런 직거래 장터가 농가에 큰 힘이 된다”며 웃었다. 이 성도는 “교회에 나온 지 4개월째인데 목사님이 팔을 걷어붙이고 버섯 판매에 힘써 주고 계셔서 큰 감동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성도 15가정과 함께 고구마 농사를 하고 있다는 선종철(해남 화산서부교회) 목사는 “최근 두 달 동안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아 고구마를 수확하기 정말 힘들었다. 지난해 장터 참여 이후 꾸준히 전화로 주문해주셨던 성도님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참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장터가 열린 당일 현장 판매총액은 약 1억8000만원, 장터 이후 추가 주문을 통해 판매된 농수산품은 6000만원 어치였다. 올해는 현장에서 다량 구매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판매 부스 뒤편에 택배접수팀도 가동됐다.

예장합동(총회장 박무용 목사)은 지난해 1월 자립지원위 출범 이후 ‘자립지원 전진대회’ ‘교회 자립을 위한 교역자 콘퍼런스’ 등을 진행하며 관련 사역을 펼쳐왔다. 이날 개회예배 설교에 나선 자립지원위 실행위원장 오정현 목사는 “한국교회의 모판인 농어촌교회를 돕는 일에 사랑의교회가 쓰임받는 것은 교회의 사역이 정화되는 일”이라며 “이 자리가 은혜의 동산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장에선 “도·농교회를 잇는 직거래 장터가 한 두 차례 더 있었으면 좋겠다” “지속적으로 도·농교회가 교류할 수 있는 총회 차원의 정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등 참가자들의 요청도 잇따랐다. 자립지원위 측은 “농어촌교회가 지역 내 농가들의 판로개척에 힘이 돼 줄 수 있도록 건강한 모델을 개발해나가는 한편 전국 권역별로 장터를 마련해 참여 기회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