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통령 두테르테 ‘개XX’ 막말에 열받은 오바마 “정상회담 안 해”

입력 2016-09-07 04:3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욕설을 퍼부은 로드리고 두테르테(사진)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두테르테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을 갖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6∼8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리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기간 중 첫 회담을 가지려 했다.

두테르테는 이날 순방길에 오르면서 “나는 미국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오바마가 필리핀의 마약 용의자 사살 정책에 대해 묻는다면) 개XX(son of bitch)라고 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오바마는 “생산적이고 뭔가를 이룰 수 있는 정상회담만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싶다”며 회담 취소 의사를 내비쳤다. 두테르테에 대해서는 “파란만장한(colorful)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논란이 일자 두테르테는 “미국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공격으로 생각됐다면 사과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임기를 4개월여 남겨둔 오바마가 ‘레임덕’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NN방송은 두테르테의 막말을 두고 “미국 대통령에 대한 놀라운 무례”라며 “임기 말 백악관이 원하지 않는 혼란”이라고 전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