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식 목사 “하나님 못만난 아이 다른 교사에 떠넘겨선 안돼”

입력 2016-09-06 21:38
청소년 전문사역단체인 브리지임팩트사역원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고은식 목사가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 한 카페에서 청소년 사역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보연 인턴기자

“교회학교 교사 중에 혹시 ‘내게 맡겨진 아이가 만약 올해 하나님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내년에 맡을 교사를 통해서는 만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시나요. 그렇다면 ‘제노비스 신드롬’에서 빨리 벗어나셔야 합니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청소년 사역자 고은식(36) 목사가 말했다. 제노비스 신드롬이란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책임감이 분산돼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을 주저한다는 의미의 사회학 용어다.

장로회신학대에서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한 고 목사는 10년 넘게 청소년 사역에 몸담았고 2013년부터는 청소년 전문사역단체인 브리지임팩트사역원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2006년 서울 강서구의 한 교회에서 고등부 담당 전도사를 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입을 열었다. “매 주말마다 남자 아이들과 축구를 했어요. 그러다 학교에서 잘나가는 소위 ‘일진’들이 교회에 다니게 됐죠.” 고 목사는 새로 온 아이들이 교회에 잘 적응하도록 헌신적으로 도왔다. 시간이 지나고 교회를 옮길 때가 되자 ‘내가 축구하는 데만 치중하다 보니 정작 복음을 전하는 데 소홀했던 것 같다’는 후회가 몰려왔다. 그런데 그때 한 아이가 고 목사에게 정성스레 적은 손편지를 건넸다. ‘전도사님 덕분에 하나님을 알게 됐어요. 앞으로 더 예수님을 사랑하게 될 것 같아요.’

“아이들이 영적으로 자라는 게 당장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사랑해 주세요. 아이는 선생님과의 관계를 통해 예수님 사랑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고 목사는 교회가 운영하는 다음세대 양육 프로그램을 넘어서 교사가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목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브리지임팩트사역원 창립자 홍민기 목사가 거들었다. 홍 목사는 1990년대 말 미국의 한인교회에서 목회할 때 경험했던 한 교사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 교사는 말을 심하게 더듬었어요. 정상적인 대화가 어려울 정도였죠. 아이들에게 제대로 이야기를 해줄 수 없자, 하고 싶은 말을 전부 손편지로 써서 전달했고 그 반만 부흥했습니다. 아이들을 다루는 기술보다 더 중요한 건 진심이고 아이들은 그 진심에 감동한 것입니다.”

고 목사는 교회학교 교사들을 위해 몇 가지 조언을 했다. 먼저 청소년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항상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 세미나에 가면 ‘청소년에겐 어떻게 다가가는 게 좋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정답은 없습니다. 서울 안에서도 강남과 강북 아이들이 다르거든요. 끊임없이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사를 알아가야 해요. 아이가 햄버거와 PC방을 좋아한다면 햄버거 가게에서 게임 이야기를 하면서 끊임없이 관계를 형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는 교사들 스스로의 영성관리도 소홀해선 안 된다고 했다. 교회학교에서 예배 보조자로 드리는 예배를 자신이 온전히 드리는 예배로 여겨선 안 되고 항상 자신의 영적인 상태를 분별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교사들을 보며 신앙인의 자세를 배워가기 때문에 교사들이 행복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고 목사는 지난 7월 교회학교 교사들을 위한 지침서 ‘교사 트레이닝’을 출판했다.

고 목사는 교회와 교인들에게도 교사들을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교회학교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상처받고 힘이 빠지는 교사들도 많다”며 “담임목사와 교인들이 사명감을 갖고 아이를 양육하는 교사를 귀하게 여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