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남자’박정권, SK 가을야구 이끈다

입력 2016-09-06 18:58

SK 와이번스 박정권(사진)의 별명은 ‘가을남자’다. 시즌 초중반까지 주춤하다가도 가을만 되면 어김없이 맹타를 터트렸다. 올 시즌도 어김없이 ‘가을남자’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SK는 박정권을 앞세워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박정권은 4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4-3으로 추격당한 3회 선두타자로 나와 상대 선발 이재학을 상대로 우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박정권은 이 홈런포로 SK에 강했던 이재학을 조기 강판시켰다. SK는 박정권의 달아나는 아치로 9대 4 승리를 거뒀다. 전날에도 박정권의 홈런포가 팀을 구했다. 0-1로 뒤진 2회 박정권이 역전 투런홈런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결국 SK는 박정권의 방망이로 2연승을 구가했다. 팀도 한 때 5강에서 멀어질뻔했지만 박정권의 활약으로 2경기를 모두 잡으며 5위로 복귀했다. 김용희 감독은 가을에 유독 강한 박정권을 지난 주말부터 7번 하위 타순에서 3번 중심 타선으로 올렸다.

박정권이 가을에 강한 것은 하루이틀된 일이 아니다. 최고의 무대인 포스트시즌에서 박정권은 팀의 6년(2007∼201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3회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2010년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선 14타수 5안타 1홈런 6타점의 활약을 펼쳐 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시즌 박정권의 6∼7월 성적은 타율 0.260, 3홈런, 13타점에 불과했다. 그런데 8∼9월에는 타율 0.303, 13홈런, 37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을 3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올 시즌도 날씨가 선선해지자 완전히 달라졌다. 올해 15개의 홈런 중 8월 이후에만 5개를 쏘아 올렸다. 이달 들어 치른 4경기에서의 타율은 무려 0.357에 달한다.

가을에 유독 강하지만 정작 본인은 덤덤하다. 그는 “한 번도 가을을 의식해 본적이 없다. 우연찮게 사이클이 맞아 들어가는 것 같다”며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K는 또 에이스 김광현의 복귀로 가을야구 진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광현은 지난 7월 왼팔 굴곡근 미세 손상으로 재활에 매달렸다. 하지만 지난달 복귀한 뒤 3차례 불펜 등판으로 실전 감각을 회복했고, 선발에 진입한 뒤에는 3전 전승을 기록 중이다. 4일에는 팀 내 첫 10승 투수가 됐다. 김광현은 “10승은 했지만, 부상으로 인해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며 “앞으로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SK는 이번 주부터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왕조’를 일궜던 시절 사용했던 붉은색 원정 유니폼을 입기로 했다. SK 관계자는 “막판 순위싸움을 하고 있는 지금, 팀의 가을야구를 염원하고 지원하는 측면에서 팬들이 그리워하는 당시 유니폼을 부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