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에 있는 한 음식점에 많은 하객이 모여 쌍둥이 첫돌을 축하하는 행사가 있었다. 젊은 세대의 낮은 혼인율·출산율로 인구절벽 현상이 곧 나타날 것이고 한국이 인구소멸 1호 국가가 될 것이라는 발표가 있어서일까. 학업을 마친 후 취직하고 결혼해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평범’을 꿈꾸는 것조차 사치가 되어버려 ‘출산파업’을 선언한 이도 있는 마당에 쌍둥이를 안고 있는 젊은 부부가 마치 애국자처럼 보였다.
오랜만에 본 돌잔치 풍경은 참 새로웠다. 한국인의 일생은 ‘돌상에서 제상까지’라는 말이 있는데, 유아 사망률이 높던 시절 고비를 잘 넘긴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랄 것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조촐한 돌잔치 풍경과는 거리가 먼 화려한 이벤트를 보는 것 같았다. 한 자녀 가정이 늘면서 정해진 틀보다 개성과 즐거움을 중시하는 젊은 부부의 취향이 반영된 돌잔치였다. 친척·직장동료 등을 초대해 맛난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다가 돌잔치의 꽃이라는 돌잡이가 시작되니 모든 시선이 아가들에게로 집중되었다.
나는 돌잡이로 무명실 뭉치를 집었다고 들었는데, 요즘은 할머니가 나와서 실타래를 목에 걸어주니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그냥 기본으로 먹고 들어가는 세상이다. 황실금색단 화려한 한복을 입은 아가들은 아빠·엄마 품에 안겨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돌잡이를 위해 차려진 꿈을 담은 물건들을 둘러보다가 고사리 같은 손을 뻗어 미래의 비전을 집으려는 순간 부모가 원하는 비전이 아니니 물건의 위치를 슬쩍 바꾸거나 상을 돌리는 반칙을 범한다. 결국 골드카드와 마이크를 잡은 아가들을 바라보며 남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부자가 될 것 같다는 덕담을 하는 할아버지 얼굴에 흐뭇함이 가득하다.
돌잡이 상에는 부와 명예가 따르는 전문직 고소득자들이 잔뜩 올라앉아 있어, 시대상과 직업의 명암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었다. 전쟁보다 무섭다는 저출산시대에 돌잡이로 무엇을 잡든 건강하게 잘 자라 나라를 지키는 기둥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글=김세원(에세이스트), 삽화=공희정 기자
[살며 사랑하며-김세원] 무엇을 잡든 나라의 기둥으로
입력 2016-09-06 1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