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86> 남녀 차이? 성차별?

입력 2016-09-06 17:52

최근 발표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는 남녀배우 리스트에 따르면 남자배우 수입이 여배우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현상도 아닌 만큼 새삼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양성평등이 중요한 세계적 이슈가 됨에 따라 또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미국 경제주간지 포브스에 따르면 2015년 6월 1일부터 2016년 6월 1일까지 여배우 수입 1위는 세전 4600만 달러를 기록한 제니퍼 로런스였다. 3년 전 23세 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연기파에다 ‘헝거게임’ 시리즈의 캣니스 역으로 상업적으로도 성가를 높인 그 배우다. 그러나 범인으로서는 꿈도 못 꿀 그의 수입도 남자배우 1위인 프로레슬러 출신 드웨인 존슨의 6450만 달러에 비하면 많이 적다.

1위만 격차가 나는 게 아니다. 1위부터 10위까지 남녀배우들의 수입 총액은 남자가 4억5700만 달러로 2억500만 달러인 여배우들의 두 배가 넘는다. 또 20위권에서 2000만 달러 이상 수입을 올린 남자배우들은 모두 18명인 데 반해 여배우는 4명밖에 안 된다.

차이는 미국의 일반적인 남녀 임금격차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예컨대 로런스의 수입은 존슨의 71%인데 미 백인 남성 대 여성의 임금 비 100대 79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격차 외에도 남녀배우들의 수입이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일자리의 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배우들이 돈을 많이 받는 블록버스터급 영화일수록 남자배우의 일자리가 여배우보다 많다. 남캘리포니아대 조사에 따르면 2014년 100대 흥행영화 가운데 여배우가 주연이거나 공동주연인 영화는 21편에 지나지 않았고, 대사가 있는 역할 중 여배우의 몫은 28.1%에 불과했다.

‘성적 차별대우’에 분노한 할리우드가 그래서 지난번 얘기한 ‘성전환’ 리메이크 영화들을 속속 만들어내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남성배우 위주의 영화를 찾는 관객들의 취향이 먼저 변하지 않는 한 남녀배우 간 수입 격차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