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차 저출산 대책이라고 내놓은 정책들을 살펴보면 여전히 문제의 핵심이 어디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게 분명해 보인다. 아이 한 명도 낳지 않는 마당에 다자녀 인센티브를 확대한다든지, 지금도 거의 쓰지 않고 있는 남성들의 육아휴직 지원금을 인상하는 것들로 정말 출산율이 높아질 거라고 생각하는지, 그런 정책을 입안한 당사자들은 단 한 번이라도 육아휴직 제도를 써보긴 했는지, 아니 정작 자신들의 부하 직원들이 그런 제도를 쓴다고 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았는지 묻고 싶을 따름이다.
저출산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그건 당연히 젊은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기 때문에 생긴 문제이다. 그렇다면 왜 여성들은 출산을 기피하게 되었는가. 다른 여러 문제도 있겠지만 출산하면 그 여성이 누구든, 공부를 많이 했든 적게 했든, 예술적 소양이 남다르든 평범하든, 모두 똑같아지고 말기 때문이다. 모두 똑같이,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한결같이 가난해지고 말기 때문이다. 그런 언니들의 삶을, 동료들의 삶을 목격한 여성들이 왜 자발적으로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겠는가.
우리는 계속 질문을 던져야만 한다. 그래야만 문제의 핵심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무엇이 출산한 여성들을 한결같이 가난하게 만드는가? 돈인가? 물론 그 문제도 가볍게 다룰 수는 없다. 정부에서 계속 저출산 극복 방안으로 내세우는 것이 바로 이 가난의 문제이다. 거기에 대해선 이미 많은 말이 나왔으니 다시 한번 반복해서 언급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내가 지금 말하고 싶은 것은 정신적인 가난, 엄마들을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드는 가난에 대해서, 그 가난을 줄이는 제도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자는 이야기이다. 에둘러 말할 것도 없이 엄마들이 ‘정신적인 가난’에 직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질적인 가정 내 성차별 문제 때문이다.
아빠가 육아나 가사에 투입하는 시간과 엄마의 그것이 열 배 이상 차이 나는 나라. 여행을 다녀오든 시댁을 다녀오든 집으로 돌아오면 제일 먼저 부엌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엄마인 나라, 그게 당연한 나라.
엄마들의 정신적인 가난은 바로 거기에서부터 온다. 그것들을 해결한답시고 남성의 육아휴직 제도를 마련했지만, 우리 사회의 남녀 성평등 인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그 모든 제도는 오히려 지금의 성 격차를 더 강화하는 방편으로 면피용으로 작동하고 말 것이다.
캠페인이나 1년에 한 번 실시하는 양성평등 교육으로는 그것들을 해결할 수 없다. 제도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 우선은 징병제부터 없애야 한다. 그것이 모든 해결책은 될 수 없겠지만 거기에서부터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개 남성들이란, 남성끼리만 모아 놓으면 문제를 일으키고 사고를 친다. 그것은 전 지구적인 남성들의 습성이다. 거기에서부터 잘못된 판타지가 생겨나고 남녀의 위계가 정해진다. 그리고 그 상명하복의 문화가 고스란히 사회에까지 이어진다.
징병제 문제를 손보지 않는다면(더불어 남자 중학교, 남자 고등학교 문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성차별 문제와 저출산 문제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은 끈처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그 시작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이 무엇과 연결되어 있는지 세심하게 인과관계를 살피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저출산 문제를 극복한 국가들과 우리나라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살펴보라. 그 나라들은 대부분 모병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남자들의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나라들이다.
이기호(광주대 교수·소설가)
[청사초롱-이기호] 저출산의 진짜 원인은…
입력 2016-09-06 18: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