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 이후 홍콩에서 처음 실시된 입법회의원(국회의원) 선거에서 젊은층의 적극적인 투표로 우산혁명 주역들이 대거 당선됐다. 홍콩의 완전한 자치나 독립을 추구하는 20·30대가 의회에 입성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홍콩 시민의 민주화 열망과 반중국 정서가 표심으로 드러나 홍콩 통제를 강화하려는 중국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분석했다.
4일 치러진 입법회의원 선거에서 야권이 전체 70석 중 30석을 확보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기존 의석수보다 3석 늘었다. 여전히 소수파지만 중요 법안 의결 때 거부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야권 내에서 급진파 청년 8명이 당선되면서 이번 선거 최대 승자로 부각됐다. 우산혁명 학생지도자 네이선 로(23) 데모시스토당 주석은 6석이 걸린 홍콩섬 지역구에서 2위를 차지했다. 역대 최연소 당선자다. 로 주석은 2014년 9월 26일 조슈아 웡(19)과 함께 홍콩정부청사 철문을 넘어 청사 앞 광장을 점거하고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 직선제 도입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다 체포됐다. 이틀 뒤 시민들도 들고일어나 도심 점거 시위가 79일간 이어졌다. 당시 서구 언론은 시위대가 최루탄을 우산으로 막는 것을 보고 ‘우산혁명’이라고 명명했다. 지난 4월 웡과 함께 데모시스토당을 만든 로 주석은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징역형을 면해 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다. 그는 “홍콩인들이 진정으로 변화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영스피레이션당의 식스투스 렁(30)과 야우와이칭(25·여), 시민운동가 에디 추(38), 라우시우라이(40·여) 홍콩이공대 강사 등도 당선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모두 우산혁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인물이다. 에디 추는 선거 압승에 감격스러워하면서도 “나와 가족은 앞으로 (친중국 세력의) 정치적 폭력과 맞닥뜨리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 투표율은 58%로 홍콩이 중국에 귀속된 199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투표소에선 유권자 행렬이 이어져 마감시간을 4시간 넘긴 5일 새벽 2시30분까지 투표가 진행됐다.
그러나 친중국파가 다수 의석을 점하는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일례로 로 주석이 2위로 당선된 홍콩섬 지역구에서 1위는 친중국파를 대표하는 정계 거물 레지나 입 의원(전 보안국장)이 차지했다. 간선제로 뽑는 직능대표 의석이 30석에 달하는 선거 구조도 친중파에 유리했다.
하지만 급진파 청년들이 약진한 이번 선거 결과는 상당한 변화로 여겨진다. 홍콩 중문대 윌리 램 교수는 “홍콩 시민의 사고방식에 중대한 변화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민주화 열망을 억눌렀던 중국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내년 3월 행정장관 선거(간선제)에서 연임에 도전하는 렁춘잉 현 장관에게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홍콩 ‘우산혁명’ 의회 입성하다
입력 2016-09-06 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