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퇴출이 가시화되면서 경쟁적으로 요금을 낮추며 ‘치킨게임’에 시달리던 해외 선사들만 호재를 만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곳곳에서 운임 인상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한진해운이 빠진 아시아∼북미 노선에 대한 쟁탈전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5일 “해외 해운사들이 운임을 올려도 손님이 있을 것으로 보고 운임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며 “대형화주에 대한 지분도 더 많이 가져가려고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미주 노선 운임은 지난주 FEU(길이 약 12m짜리 컨테이너)당 1150달러에서 지난 1일 약 1700달러로 50% 가까이 올랐다.
한진해운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태평양 노선에서 벌어왔다. 특히 북미 수출물량이 전체 물량의 18.1%를 차지했다. 지난해 아시아∼북미 노선 점유율은 세계 3위인 7.39%였다.
한진해운이 사라진 북미 노선에 당장 눈독을 들이는 건 중국·대만 등 아시아 국가 해운사다. 대만의 양밍은 미국 노선 선박이 부산항을 경유하도록 했고, 코스코도 부산에 배를 투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항은 최근 10년간 동북아시아 환적물동량(옮겨 싣는 짐)의 80%를 차지하는 아시아 지역 핵심 허브항구다.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이후 해운동맹에서 잇따라 쫓겨나고 있다. ‘CKYHE’는 최근 한진해운에 선복(화물 적재 공간)을 공유하지 않겠다는 동맹 중지 결정을 통보했다. CKYHE에는 선복량 기준 세계 4위 코스코, 10위 양밍과 함께 5위 에버그린(대만), 15위 K라인(일본)이 있다. 한진해운은 내년 4월 출범하는 ‘디 얼라이언스’에서도 방출이 확실시된다.
한진해운을 상대로 한 소송은 세계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다. AP묄러-머스크그룹 계열사 APM터미널이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한진해운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항만근로자 임금 체납, 터미널 이용료 등 미납으로 83만5000달러(9억2300여만원)를 압류하기 위한 것이다. 한진해운에 컨테이너선 2척을 빌려준 영국 선사 조디악도 LA 법원에 용선료 청구 소송을 냈다. 현재 연체된 용선료는 307만 달러(약 34억원)다.
한국무역협회는 한진해운이 선주 등에 지급하지 못한 대금을 6100억원 정도로 추정했다. 항목별로 용선료 2400억원, 하역비 2200억원, 장비임차료 1000억원 등이다. 선박 억류로 발생한 손실은 1138억4839달러(약 126억원)로 추정했다.
한진해운은 앞서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뉴어크 파산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법원의 파산보호 결정이 내려지면 캘리포니아 롱비치 항구 앞바다 등에 머물고 있는 한진해운 소속 선박들의 입항이 가능해지고, 채권자들은 한진해운의 미국 내 자산을 압류하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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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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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9-06 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