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G20 정상들 모인 날 핵·미사일 능력 과시

입력 2016-09-06 00:16
시민들이 5일 서울역 대기실에서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는 긴급 뉴스를 주의 깊게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5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되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발사됐다는 점에서 대북 제재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국제사회를 향한 ‘무력시위’로도 해석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G20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이뤄진 미사일 발사 시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24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이후 12일만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미사일 도발에 대해 “G20 정상회의, 북한의 정권수립 기념일을 계기로 핵 및 미사일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지속시키기 위한 무력시위의 일환”이라고 평가하면서 추가 정보를 한·미 양군이 정밀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한반도 정세는 매우 복잡하고 민감하다”며 “우린 관계 각국이 정세를 긴장시키는 행동을 취하지 않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번 발사는 나흘 앞으로 다가온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인 9월 9일(9·9절)을 목전에 둔 ‘축포’ 성격도 강하다. 북한은 김일성·김정일 등 통치자의 생일이나 각종 기념일에 맞춰 미사일 발사를 감행해 왔다. 2014년 9월 초에도 9·9절을 앞두고 2차례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

그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온 핵·미사일 능력 과시를 위한 도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지난 3월 “다양한 종류의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지시한 이래 북한은 수차례 시험발사를 계속해 왔다.

대외용 압박 수단인 동시에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측면도 고려됐을 가능성이 높다. 군사적 성과를 대내외에 선전함과 동시에 긴장을 끌어올려 최근 태영호 주영 북한공사 등 고위급 탈북으로 불거진 체제 내 불안과 불만을 수습하고 결속력을 강화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탄도미사일 낙하지점에 대해 합참은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1000㎞ 내외로서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내 해상으로 사전 항행경보 발령 없이 발사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일본 방위성은 “미사일 3발 모두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3일에도 북한은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일본 아키타현 인근 EEZ에 떨어뜨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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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건희 기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moderat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