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공무집행방해 의도로 신체 일부 가릴 경우 양형 가중”

입력 2016-09-05 21:02
앞으로 신원 확인을 피할 목적으로 얼굴 등 신체 일부를 가린 채 공무집행방해 범죄를 저지르면 ‘계획적 범행’으로 판단돼 양형(量刑)이 가중된다. 다만 가중처벌이 적용되는 경우는 공무집행방해 범죄의 의도가 있는 경우로만 한정된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5일 제74차 전체회의를 열고 공무집행방해 범죄의 양형기준 수정안을 확정했다. 이번 양형위를 두고 관심을 끌던 내용은 얼굴을 가린 일명 ‘복면 시위자’에 대한 처벌 강화 여부였다. 지난해 민중총궐기 대회 이후 정부는 복면 시위자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기조를 밝혀 왔다. 반면 시민사회에서는 기본권이 침해된다는 반론이 있었다.

학계의 의견 청취까지 거친 양형위의 결론은 “공무집행방해 범죄를 저지를 의도로 신체 일부를 가린 경우 양형을 가중하겠다”는 일종의 중재안이었다. 단순히 집회·시위 과정에서 본인의 신원 노출을 꺼려 선글라스나 마스크를 쓴 경우까지 범행의 계획성을 판단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양형위는 이와 함께 인명구조, 화재진압, 범죄수사 등 긴급한 임무 중인 공무원을 상대로 범행한 경우 가중처벌을 하기로 했다. 만취상태 범죄에 대한 관대한 양형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도 이뤄졌다. 범행 뒤 면책 사유를 얻기 위해 스스로 음주, 만취상태에 빠진 경우에는 심신미약 여부와 관계없이 일반가중인자로 반영키로 했다. 이날 마련된 수정안은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 국회 등 관계기관의 의견조회를 거쳐 확정된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