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구동존이” VS “구동화이” 박근혜

입력 2016-09-06 00:07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전(현지시간) 항저우 서호 국빈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5일 만남은 이번이 8번째다. 박 대통령으로선 전 세계 어느 나라 정상보다 많은 정상회담 횟수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한·중 관계가 그만큼 좋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국 항저우의 서호(西湖) 국빈관에서 열린 이번 회담은 분위기가 달랐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두 정상은 진지한 분위기에서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시종일관 무겁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회담이 이뤄졌다는 뜻이다. 지난 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우호적인 분위기’(청와대 발표)에서 진행된 것과 비교해도 상반된다.

이번 회담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2세션 직전인 오전 8시27분부터 9시13분까지 46분간 진행됐다. 동시통역을 통해 두 정상이 각자 입장을 설명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지난 3일 미·중 정상회담은 4시간 동안 이뤄졌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사드(THAAD) 문제를 거론하면서 ‘구동존이(求同存異)’를 언급했다.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찾는다는 뜻으로, 1950년대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가 실리외교를 강조하면서 자주 쓰던 용어다. 한·중 양국의 전략적 이익 차이와는 별도로 공동 이익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해석됐다.

박 대통령은 이에 “구동존이에서 구동화이(求同化異·같은 점을 찾으면서 차이점은 없앤다)로 나아가자”고 화답했다. 전략적 소통을 통해 사드 문제와 관련한 이해의 폭을 넓히자는 취지로, 양측의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 수석은 “서로 간에 공동 이익을 더 확대하고 이해가 다른 부분은 소통으로 줄여나가자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도 박 대통령의 ‘구동화이’ 언급엔 공감했다고 한다.

시 주석은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항저우와 한국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시 주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당시 한국의 유명한 지도자 김구 선생님이 저장(浙江)성에서 투쟁했고 중국 국민들은 보호(피난처)를 제공했다”고 했다. 이어 “김구 선생님 아들인 김신 장군님이 1996년 저장성 옆 하이옌(海鹽)을 방문했을 때 ‘음수사원(飮水思源) 한중우의(韓中友誼)’라는 글자를 남겼다”고 말했다. ‘음수사원’은 ‘물을 마실 때 그 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한다’는 뜻이다. 시 주석은 과거 중국이 한국의 독립운동을 지원한 것처럼 한국이 한·중 양국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는 뜻에서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에 “그런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서도 “다양한 안보·경제적 도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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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남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