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수 “지방대 나온 흙수저라 당했다”며 법적대응 별러

입력 2016-09-06 04:04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왼쪽)이 5일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연설을 듣고 있다. 김 장관은 국회에서 부적격으로 청문회 보고서가 작성됐으나 이날 장관에 취임했다. 이동희 기자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이 경북대 사이트에 올린 글을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5일 SNS에 공개했다. 박지원 의원 페이스북
김재수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갖은 의혹에 대해 “지방대 출신 ‘흙수저’이기 때문에 당했다”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모교 동문 사이트에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5일 농식품부 등에 따르면 김 신임 장관은 전날(4일) 중국 출장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전자결재로 장관에 임명한 직후 자신의 모교인 경북대 네이버 밴드에 ‘존경하고 사랑하는 동문 여러분’으로 시작되는 글을 게재했다. 김 장관은 “정의와 진실은 항상 승리한다”며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온갖 모함·음해·정치적 공격이 있었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는 “언론도 당사자의 해명은 전혀 듣지도 않고 야당 주장만 일방적으로 보도했다”며 “내일 장관으로 부임하면 그간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본인의 명예를 실추시킨 언론과 방송, 종편 출연자를 대상으로 법적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썼다.

김 장관은 또 “시골 출신에 지방 학교를 나온 이른바 흙수저라고 (나를) 무시한 것이 분명하다”며 “더 이상 지방 출신이라고 홀대받지 않고 결손가정 자녀라고 비판받지 않는 더 나은 세상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제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응은 싸늘했다. 관가 안팎에서는 고위 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청문회에서 제기된 지적을 모두 ‘흙수저’에 대한 모함과 음해로 치부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도 김 장관을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김재수씨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것은 흙수저이기 때문이 아니라 금수저의 특권을 누린 각종 혜택과 편법, 비리 의혹에 대해 변명으로 일관할 뿐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당 관계자도 “취임식 전날 보일 태도는 아니었다”고 평했다.

이날 오후 취임식을 하고 농식품부 기자실을 찾은 김 장관은 “내가 올린 글은 한 줄, 한 센텐스(Sentence·문장)도 틀린 것이 없다”면서 “청문회 과정에서 언론에서 사실을 왜곡한 사례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김 장관의 강경 발언이 있고 난 30여분 뒤 ‘경북대 밴드 공식입장’이란 제목의 자료를 통해 “억울한 마음에 친숙하게 소통하던 커뮤니티에서 표현하다보니 다소 격하게 표현된 부분이 있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김 장관은 청문회 과정에서 경기도 용인의 93평 아파트에 7년간 1억9000만원의 전세금을 내고 거주한 ‘황제 전세’ 의혹 등이 일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