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늙지 않는 연기 열정… 박근형, 이번엔 파격이다

입력 2016-09-06 17:34
영화 ‘죽여주는 여자’에서 성매매 할머니를 연기한 윤여정(왼쪽)과 ‘그랜드 파더’에서 아들의 복수를 위해 분투한 박근형. 50여년 경력의 두 배우는 안주하지 않고 계속 변신 중이다. 각 영화사 제공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배우들이 있다. 50년 넘게 한길을 걸어왔음에도 지친 기색이 없다. 새로움을 갈망하며 쉬지 않고 도전하는 열정이 놀랍기만 하다. 또 한번의 파격 변신을 선보인 윤여정(69)과 박근형(76) 얘기다.

윤여정은 10월 6일 개봉하는 이재용 감독 신작 ‘죽여주는 여자’의 여주인공을 맡았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이 영화는 노인들의 성매매라는 충격적인 소재를 다뤘다. 극 중 윤여정은 종로 일대 할아버지들을 상대하며 근근이 먹고 사는 ‘박카스 할머니’ 소영을 연기했다. 그간 경험해본 적 없는 파격적인 캐릭터다.

윤여정은 “노인 성매매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는 나이”라며 “시나리오가 흥미로워서 선택했는데 (촬영이 끝난 뒤) 캐릭터에서 빠져 나오기가 어려워 힘든 과정을 겪었다”고 전했다.

50년 내공과 관록은 결코 허투루 쌓인 게 아니었다. 윤여정은 연민과 죄책감이 뒤엉킨 복잡 미묘한 감정을 노련하게 표현해냈다. 해외에서도 찬사를 받았다. 외신의 뜨거운 호평은 물론, 제20회 몬트리올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까지 품에 안았다.

“똑같은 건 싫다”는 윤여정은 끊임없이 새로운 역할에 손을 뻗었다. 데뷔 초기 인기를 끌었던 팜므파탈 이미지는 일찌감치 벗어던졌다. ‘바람난 가족’(2003) ‘여배우들’(2009) ‘돈의 맛’(2012) ‘계춘할망’(2016) 등 출연작에서 매번 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이 고집스러움은 좀처럼 꺾이지 않을 기세다.

전작 ‘장수상회’(2015)에서 윤여정과 노년의 로맨스를 그렸던 박근형도 만만치 않게 ‘열일’ 중이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그랜드 파더’에서 액션 느와르 연기에 도전했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무려 원톱 주연을 꿰찼다.

박근형은 극 중 아들의 죽음 뒤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고 복수하기 위해 나서는 베트남 참전 용사 출신 기광 역을 맡았다. 악을 응징하는 동시에 손녀를 지키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 인물이다. 이 영화의 원작 ‘인간사냥’ 시나리오를 보고 오직 박근형만이 떠올랐다는 게 이서 감독의 말이다.

박근형은 “늘 배제됐던 노인의 이야기가 중심이라는 점에서 출연을 결정했다”며 “노년의 배우가 전체 극을 끌고 가면서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낸 건 (한국영화 사상)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그는 투혼을 불살랐다. 헬스장에 다니며 근력을 키웠고, 웬만한 액션은 직접 소화했다. 폭염의 날씨에 촬영하면서 혈압이 상승해 두 번이나 응급실에 실려 갔다.

그럼에도 박근형은 “그랜드 파더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이 행복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연기를 평생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이 작품으로 그는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판타스틱 경쟁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