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아저씨를 합친 ‘개저씨’라는 말이 있다. 개저씨로 분류되는 이들의 특징은 이렇다. 나이가 어리거나 직급이 낮은 상대를 무시하고, 성희롱 발언을 위트 넘치는 농담으로 착각하며, 연륜 있는 충고인 양 타인의 사생활에 참견을 일삼는다. 자기보다 약한 상대를 우습게 여기고 함부로 대하는 반면 자신은 언제나 대접받기를 원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개저씨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게 문제다.
개저씨라는 용어의 탄생과 함께 그 실상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가장 트렌디한 대중문화 장르인 웹툰에도 개저씨가 종종 등장한다. 지난해 ‘올해의 우리 만화’에 선정된 다음웹툰 ‘죽어도 좋아’(골드키위새 작가)는 아예 개저씨가 주인공이다.
‘죽어도 좋아’의 주인공 백과장은 미혼의 미중년이다. 비주얼만 보면 멜로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는 전형적인 개저씨다. 이런 식이다. 젓가락질을 똑바로 못 하는 여직원에게 점심시간 내내 타박을 한다. “무슨 젓가락질을 그 따위로 해? 내가 보는 앞에서 고치고 가.”
백과장은 이런 말도 서슴없이 한다. “젓가락질부터 아주 난 지잡대(지방에 이름 없는 대학) 출신입니다, 하고 있어.” “여자는 말야, 서른 넘으면 퇴물이야. 나중에 임신 하고 싶어도 못한다.” “이 세상에 기센 여자 좋아하는 남자 아무도 없어. 제때 시집가려면 무조건 고분고분해야지.”
툭하면 막말을 내뱉는 백과장은 그래서 주변사람들로부터 “죽었으면 좋겠다”는 저주를 종종 받는다. 웹툰은 이 저주가 ‘실현’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백과장의 막말로 누군가 상처받고, “죽어”라는 말을 하게 되면 백과장은 죽는다. 그리고 백과장이 막말을 했던 그날 새벽 0시로 시간이 되돌아가는 타임리프가 일어난다. 이 타임리프를 여주인공 이루다 주임이 함께하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꼬여가는 만화다.
6일 56회까지 연재된 ‘죽어도 좋아’는 타임리프를 멈출 실마리가 나왔다. 백과장의 ‘개과천선’이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탑재하자 백과장은 “죽어”라는 말을 듣지 않게 된다.
직장만화로 오랫동안 인기를 끌어온 네이버웹툰 ‘가우스전자’(곽백수 작가)에도 개저씨가 나온다. 후배들을 함부로 부리는 30대 개저씨 박종수 과장, 개저씨의 경계를 넘나드는 기성남 차장 등이다. 커피 심부름을 시키거나, 출장 간 직원에게 기념품을 사오게 한다거나, 회식자리에서 끊임없이 잔소리를 퍼붓는 식이다.
실제 직장생활 모습을 충실히 반영한 것으로 평가받는 ‘가우스 전자’에는 자신이 당한 사연을 댓글로 올리는 독자도 많다. 개저씨 상사에 대한 분노 댓글이 수백명에게 공감을 얻으며 ‘베스트 댓글’에 오르는 식이다. 이렇게 웹툰에서도 개저씨는 ‘핫한’ 존재다.
문수정 기자
[아삭아삭! 스낵컬처] 웹툰 속 ‘개저씨’… 성희롱 발언을 위트로 착각하고 연륜 있는 양 사생활 참견
입력 2016-09-06 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