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전 이틀, 휴가 좀 가라” 성화 부리는 정부 왜

입력 2016-09-05 21:10
정부가 5일 경제5단체에 추석 연휴를 전후해 근로자들이 연차휴가를 많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협조공문을 보냈다. 주말과 추석 연휴 사이에 낀 12∼13일(월∼화)을 쉬도록 해 연차휴가 활용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정해준 날짜에 휴가를 가라는 식의 대책으로는 ‘휴가 못 쓰는’ 기업문화를 바꾸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는 경제5단체가 회원사들에 연차휴가 활용을 안내하는 등 협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방노동관서를 통해 관할 사업장 내 근로자들이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에도 나설 계획이다. 정지원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추석 연휴를 계기로 각 사업장의 노사가 연차휴가 활성화 등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노력해 주길 기대한다”면서 “연차휴가를 잘 쓰면 근로자 여가 보장은 물론 기업 생산성을 높이고, 내수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처럼 나선 것은 한국의 연차휴가 사용률이 낮다는 인식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60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연차유급휴가 15∼25일을 부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한국의 법정 휴가 소진율은 60% 수준에 불과하다. 휴가일을 10일로 치면 6일밖에 못 쓰는 셈이다. 게다가 연차휴가 활용도는 대·중소기업 간 차이도 없다. 근로자 10∼29인 사업장의 연차 휴가 소진율이 62.5%인데 1000인 이상 사업장은 52.0%에 불과한 등 역현상도 발생한다. 그러나 특정 날짜를 지목해 휴가 사용을 독려하는 방식은 자칫 근로자에게 원치 않는 휴가를 가도록 하는 또 다른 강요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고용부 관계자도 “근본적으로는 휴가를 잘 쓰지 않는 직장 분위기와 기업의 대체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