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반(反)난민 극우정당의 강세에 총체적 위기를 맞았다. 극우 진영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독일 북동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에서 집권당인 기독민주당을 꺾으면서 ‘메르켈표 난민수용책’에 대한 여론의 심판이 본격화됐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4일(현지시간) 반이민·반이슬람을 표방하는 AfD가 메클렌부르크 의회선거에서 20.9%를 득표해 메르켈이 속한 기독민주당(19%)을 제쳤다고 보도했다. 1위는 득표율 30.5%를 차지한 사회민주당이었다.
이 지역은 기민당이 지난 10년간 사민당과 연정을 꾸려온 곳이며 메르켈의 의회 선거구이기도 해 패배의 의미가 크다. 현지 언론은 “메클렌부르크에서 사민당과 연정을 꾸려온 기민당이 19%의 득표율에 그친 것은 최악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페터 타우버 기민당 사무총장은 선거결과가 나오자 “쓰리다”고 말했다.
지난 상반기에도 AfD는 3개주에서 의석을 확보해 신흥 정당으로서 이례적인 성과를 보였다. 이번 선거로 AfD는 작센·튀링겐, 브란덴부르크, 작센안할트 등 보수 성향의 구(舊)동독 5개주에 모두 입성했다. 전체 16개주 하원 중 AfD가 의석을 확보한 곳은 절반에 이른다. 프라우케 페트리 AfD 당대표는 “이제 대중이 원하는 정치를 우리가 책임지게 됐다”며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오래된 정당이 하는 일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라이프-에릭 홀름 AfD 선거본부장은 “메르켈의 총리직이 끝나간다는 것을 알리는 시작”이라고 자신했다.
외신들은 내년 총선에서 메르켈의 연임이 더욱 불투명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메르켈은 아직 총선 도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지금이라도 난민정책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로 노이게바우어 베를린 자유대학 정치학 교수는 “사람들은 이번 선거를 총리 시대의 황혼으로 볼 것”이라며 “기민당이 메르켈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메르켈은 표심으로 드러난 국민적인 반난민 정서를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그는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중 선거 결과를 접한 후 “우리는 난민을 지원하면서 독일인의 어떠한 이익도 줄이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메르켈이 난민수용을 표방한 지 1년 만에 치러진 이번 선거는 난민정책의 성적표이기도 하다. 지난 1년간 독일은 100만명 넘는 난민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들에 의한 테러나 범죄가 늘면서 메르켈의 정책에 대한 비판도 커졌다. 오는 18일에는 베를린주에서 지방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메르켈 지역구서 샴페인 터뜨린 獨 극우당
입력 2016-09-06 0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