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가 고등학교 동창 사업가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이 동창이 검찰 수사를 받을 때 사건 무마 청탁에까지 나섰다는 비위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내부 청렴 강화를 기조로 국민 앞에 개혁안을 발표했던 대검찰청은 본격 감찰에 착수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서울서부지검으로부터 김모 부장검사에 대한 비위 의혹을 보고받아 지난 2일부터 감찰에 들어갔다고 5일 밝혔다. 현재 금융 관련 공공기관에 파견돼 있는 김 부장검사는 게임 개발 및 전자부품 유통업을 하는 고교 동창 김모씨에게 1500만원을 받고, 후배 검사들을 상대로 김씨에 대한 사건 무마 청탁 등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김씨는 지난 2월 500만원, 3월 1000만원 등 총 1500만원을 김 부장검사에게 건넨 뒤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김 부장검사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고까지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김씨는 지난 4월부터 서부지검의 수사를 받았고, 60억원대 횡령과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했다. 지난달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야 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고 도주했다가 5일 검거됐다.
김 부장검사는 “김씨가 검찰 수사에 불만을 품고 일방적인 주장을 펼쳤다”는 취지로 대검에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술값 500만원, 부친 병원비 1000만원 등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빌린 것은 맞지만 각각 1개월여 뒤에 바로 전액 변제했다는 것이다. 서부지검 검사들과 만나 불거진 사건 무마 청탁 의혹에 대해서도 “금융 관련 수사에서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업무 특성상 서울 관내 모든 검찰청 검사들과 식사를 해오고 있다”며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은 지난 5월 서부지검의 첫 보고를 받은 뒤 진상을 명확히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서부지검은 김씨 수사를 진행한 뒤 지난 2일 김 부장검사에 관한 내용도 상세히 보고했고, 이에 대검은 결국 감찰을 결정했다. 지난 주말에는 김 부장검사를 불러 경위를 조사했다.
김 부장검사와 김씨의 주장이 엇갈려 진상을 더 확인해야 할 상황이지만 검찰에서는 ‘제2의 진경준 사태’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김 부장검사는 여권 원로 정치인의 인척인 데다 검찰 내 요직을 역임하며 인권 관련 표창까지 받은 바 있다. 최근 검찰에서는 검사장 출신의 전관예우, 현직 검사장의 뇌물수수 등이 잇따라 불거짐에 따라 자체 개혁안이 하나둘 발표되는 중이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이번엔 ‘스폰서 부장검사’ 의혹… 제2 진경준 사건 되나
입력 2016-09-06 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