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내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신비한 방법으로 나를 2011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 시간에 간증자로 세우셨다. 수많은 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익숙했지만 교회에서 찬양을 부르는 것은 달랐다. 공연보다 더 떨렸다. 긴장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강단에 올라서는 순간까지 계속 기도했다. 마음을 가라앉히니 그제야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다. 내가 살아온 지난날들, 우여곡절 끝에 만난 주님을 전할 때면 성도들이 눈물을 흘리며 아멘으로 응답했다.
복음성가 앨범 ‘나의 하나님 아버지 앞에’를 발표한 뒤엔 더 바빠졌다. 간증 찬양집회를 시작한 것이다. 어느 날 소망이 하나 더 생겼다. 찬송가를 부를수록 찬송가로만 음반을 만들 수 있는 은혜를 달라고 기도했다. 그렇게 기도한지 4년 만에 찬송가 ‘나 같은 죄인 살리신 1·2집’을 발표했다.
이 앨범에도 특별한 간증이 있다. 녹음실이 승강기가 없는 건물 5층에 있었는데 매번 연습할 때마다 업혀서 올라갔다가 내려와야 했다. 녹음실에 들어가면 이미 지쳐서 녹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잘못 살아온 지난날이 떠올라 회개의 눈물이 쏟아졌다. 연약한 육신으로 일주일에 한 곡씩 녹음할 수밖에 없었다. 눈과 비를 맞으며 8개월의 시간을 거쳐 기도와 눈물로 만들어낸 앨범이다.
하나님을 만난 뒤 나는 분노와 원망이 아닌 참된 평강을 얻었고 매사에 감사할 조건을 찾으며 주님의 은혜 속에 살고 있다. 힘들어 하면서도 항상 웃음으로 대해준 아내가 고맙지만 그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미안해 나의 가슴은 찢어지는 느낌이다.
하나님은 나의 고난을 통해 나처럼 고난당하고 소외당한 사람들을 위로하게 하신다는 걸 깨달았다. 주님을 만나기 전 흘린 눈물은 원망과 분노, 한의 눈물이었다. 그러나 주님 앞에 한 발자국 나아갈 때마다 흘리는 눈물은 회개와 감사의 눈물이었다. 내가 당한 고난은 분명 죄악의 고난이었지만 주님 만난 후의 고난은 천성으로 가는 축복의 고난이라 믿는다.
되돌아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다. 죽기 위해 몸부림치며 운동하게 하신 이도 하나님이시다. 그로 인해 휠체어를 밀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교통사고 후 눈이 썩어 빨리 눈을 빼야 한다는 의료진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안보여도 좋으니 눈만 빼지 말아 달라고 간절히 요청했다. 아내의 부탁에 4번의 수술을 거쳐 0.4의 시력으로 회복시켜주신 이도 하나님이시다. 다시는 노래할 수 없다는 의학적 진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남겨주신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이 사건들을 보며 나는 주님 앞에 두 손을 들 수밖에 없다. 덤으로 주신 생명이기에 이제 주님만을 위해 이 몸을 드린다. 병석에서 벌레처럼 누워있던 나에게 사랑의 옷을 입혀주셨고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버려진 나에게 권능의 옷을 입혀주셨다. 그러므로 이제 이 몸은 살아도 죽어도 주님의 것이다.
나는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몸이다. 그래도 나 같은 자를 들어 사용하시는 주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 혹 아직도 주님을 모르는 분이 계시다면, 나처럼 뒤늦게 매를 맞고 하나님을 만나지 마시고 지금 이 시간 마음의 문을 열고 하나님을 그 안에 모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역경의 열매] 윤희상 <9·끝> “몸은 엉망이지만 찬양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
입력 2016-09-05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