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을 주도하는 나라와 기업은 ‘특허법’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이제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특허법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론 클락 미국 텍사스동부 연방지방법원장은 5일 오전 서울 서초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 세계적 특허 소송의 추세를 ‘아시아 국가의 대두’라고 진단했다.
클락 법원장은 “미국 특허제도의 모델이기도 한 영국은 16세기 이후 줄곧 특허로 국력을 쌓아온 나라”라며 “2년 전 중국 베이징대를 방문했을 때 특허법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이제 아시아 국가가 이런 트렌드를 뒤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텍사스동부 연방지법은 지난해 미국 특허사건의 절반 가까이(43.6%)를 처리한 법원이다. 현재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의 특허소송도 70여건이 걸려 있다. 앞서 처리한 사건들은 500건에 달한다. 클락 법원장 본인도 지난해 9월 AI 오토메이션사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특허 사건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미국 연방지법 가운데 사건 처리 속도가 가장 빠르고, 특허 사건 중 역대 최고 배상액(약 1조8000억원)을 선고한 법원으로 유명하다. ‘아시아의 특허 허브 법원’을 노리는 우리 법원의 ‘롤 모델’이다.
클락 법원장은 7∼8일 대전 특허법원에서 열리는 ‘2016 국제 특허법원 콘퍼런스’에 참가하기 위해 내한했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도 EU(유럽연합)처럼 한 국가의 특허가 다른 나라에서 인정되는 제도를 구상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각국에서 통용되는 기준을 갖추는 것은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에도 이롭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허사건 전문 법관 양성은 한국이 미국보다 선진화돼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미국 20개 연방지법에서 판사들을 특허전문 판사로 교육하고, 더 많은 경험을 쌓도록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5년간 이런 실험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법원에선 김영기(39·연수원 35기) 판사가 지난달부터 텍사스동부 연방지법에서 ‘방문 판사’ 자격으로 연수 중이다. 클락 법원장은 이날 본인 이름과 법원명을 한글로 새긴 명함을 나눠주며 “4개월 전부터 한국어를 공부 중”이라며 “한국의 특허 재판을 배우고 이해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우리 특허법원은 국제 특허법원 콘퍼런스를 통해 ‘세계 특허소송의 현안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각오를 세우고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특허소송 갈수록 중요… 특허 전문가 육성 필요”
입력 2016-09-06 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