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불용액 16조, 추경보다 많았다

입력 2016-09-06 04:02

지난해 예산에서 쓰고 남은 돈이 추가경정예산보다 많았다. 정부가 애초 예산을 제대로 활용했다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필요도 없었다는 얘기다.

지난 2일 국회에서는 지난해 결산안이 조용히 통과됐다. 추가경정예산과 내년도 본예산 편성 논란에 밀려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불용액(쓰지 못한 돈)이 지난해 16조원으로 사상 최대에 이르는 등 매년 반복되는 결산상 문제점들은 그대로였지만 정부도 국회도 어물쩍 넘어가고 있다.

지난해 추경 왜 했나

국회를 통과한 2015회계연도 결산안에 따르면 불용액은 16조원으로 1년 전 11조3000억원보다 5조원 정도 급증했다. 불용액은 써야 할 데 쓰지 못하고 버려지는 예산이다. 가계야 허리띠를 졸라매 계획보다 덜 쓰면 좋지만 국가 예산은 적재적소에 계획했던 곳에 모두 쓰는 것이 정상이다. 지난해 정부는 본예산으로 375조4000억원을 편성했다. 여기에 10조원이 넘는 ‘메르스 추경’을 편성해 모두 384조7000억원을 쓰기로 계획했다. 그러나 결산 결과 실제 지출액은 본예산보다 적은 372조원에 불과했다. 산술적으로 차라리 추경을 편성하지 않고 본예산만 충실히 집행했다면 오히려 더 효율적이었다는 얘기다. 긴급하게 편성한 추경의 불용액만 놓고 봐도 정부가 얼마나 예산을 졸속으로 짰는지 알 수 있다. 지난해 추경으로 증액된 6조원의 사업 예산 중 정부는 서민생활 안정 사업에 1조2549억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이 중 3분의 1인 4200억원이 불용액으로 남았다.

이 같은 문제를 찾아내고 개선해야 할 국회도 부실·지각 심사의 책임이 있다. 결산은 정기국회 개회(9월 1일) 이전까지 완료하도록 돼 있지만 올해도 하루 지난 2일에야 통과됐다. 결산안이 법정시한 내 국회 처리된 것은 2011년 단 한 번뿐이다.

결산 지적사항은 고질병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예산에 비해 결산은 소리 소문 없이 통과되기 일쑤다. 그만큼 국회에서의 심의도 부실하고, 국회에서 지적하는 사안도 매년 비슷하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조차 생산·품질 관리를 위해 지키고 있는 ‘PDCA 사이클’이 정부의 예·결산 시스템에서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예산에 해당하는 ‘Plan(계획)’과 ‘Do(실천)’는 주목을 받지만 ‘Check(확인)-Action(조치)’ 절차는 무시되고 있다. 매년 국회 예산정책처가 결산분석을 통해 지적하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 목록은 비슷하다.

한 예로 3000억원을 넘게 들인 취업성공패키지 지원 사업은 목표 인원이 36만명이었지만 실적은 29만명에 불과했다. 예산정책처는 과도한 목표치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서비즈 질 저하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주최 결산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은 “이런 지적사항은 과거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한 결산에서 나왔던 것과 유사하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은 5일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결산심사에서 국회 시정 요구를 반복적으로 받는 정부 사업의 경우 다음 연도 예산에서 징벌적 성격으로 예산의 일정 비율을 삭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