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이 3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담당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관련 대상자 기준을 뒤늦게 발표하면서 금융권 등 일선 회사에서는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금융사들은 내부적으로 자체 임직원 교육을 하기엔 역부족이어서 로펌의 법률자문에 기대고 있지만 이마저도 만족스럽지 않다. 로펌들은 김영란법 시행을 계기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5일 각 금융협회와 금융사에 따르면 대부분 회사에서 김영란법 관련 자체교육이 진행 중이다. 은행연합회는 법무팀 주관으로 국민권익위원회의 유권해석 초안을 정리해 내부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들도 부서 대상 김영란법 설명회를 열고 직원들에게 질의응답 자료를 교육했다. 여신금융협회는 개별 교육이 가능한 카드사를 제외하고 리스·캐피털사 등을 모아 김앤장 측을 섭외해 교육을 준비 중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재무팀에서 김영란법 관련 영향을 받는 부서의 남은 예산 현황을 체크했다”며 “내년도 재무계획에 영향이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좀 더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김앤장·태평양·화우 등 대형 로펌을 활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 생명보험사는 지난달 김앤장 변호사를 초청해 김영란법 관련 세미나를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직원은 “변호사도 원론적인 수준에서만 설명해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현장에 어떻게 적용될지 물어봤지만 변호사도 아직 판례가 없어 개인 판단으로만 얘기할 뿐 실제로는 어떻게 적용될지 확실한 답을 주지 못해 답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결국 위법인지 아닌지 애매한 경우에는 아예 하지 말고 다른 회사가 적발돼 행정기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사립학교 직원과 언론인 관련 부분은 사례나 판례가 부족해 해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공통된 불만사항이다.
여럿이 서로 다른 가격의 식사를 했을 경우 이를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 부조금과 선물이 연간 한도를 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장부를 관리해야 하는지 등 현장에선 당장 대비가 필요한데도 로펌이나 변호사마다 제각기 의견이 달라 지침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한 법무팀 관계자는 “권익위와 법무부, 법원 간 의견 차가 있는 부분도 있어서 해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란법 해석과 적용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자문역할을 하는 로펌들은 시장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로펌 쪽에서 김영란법 관련 교육은 무료로 하거나 저렴한 비용으로 하는 대신 이후 법률자문 계약을 맺자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글=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
김영란법 시행 3주 앞인데 로펌·변호사들조차 해석 제각각… 기업들 “어떡하나” 혼란
입력 2016-09-06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