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는 2010년 미국 나스닥 증시에 적자 상태로 상장했다. 공모로 자금을 모아 세계적 전기차 업체로 성장했다. 반면 한국은 테슬라와 같은 적자 기업의 ‘성공스토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매출·이익이 있는 기업에만 상장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테슬라와 같은 적자 기업이더라도 성장성이 높다면 상장을 할 수 있도록 국내 상장·공모제도를 개편하겠다고 5일 밝혔다. 임종룡(사진)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의 성장성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테슬라 요건’을 신설하는 방안을 이달 안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엄격한 상장 요건은 공모자금의 효율적 활용을 막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안정된 기업에만 상장 문이 열려 상장 기업의 주가상승률도 해외에 비해 떨어진다. 임 위원장은 “한국 상장기업의 부채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고, 총자산순이익률(ROA) 등 수익성은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비효율을 해소하기 위해 연구개발이나 생산기반 확충 등 성장 잠재력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적자가 발생했다면 기업 상장을 허용하기로 했다. 적자 기업 상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투자자 보호 문제는 공모가 산정의 투명성·객관성 확보를 통해 대응할 계획이다. 상장주관사의 시장조성 의무 등을 강화하고, 투자설명서를 통해 정보를 충실하게 제공하기로 했다.
다양한 기업들이 자본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공모 절차도 개편하기로 했다. 상장 주관사가 수요 예측 등 절차 없이 공모가를 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 경우 주가가 일정비율 이하로 하락하면 주관사가 주식을 사들이는 등 시장조성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임종룡 금융위원장 “美 테슬라처럼 적자 기업도 성장성 높다면 상장 허용”
입력 2016-09-05 18:28 수정 2016-09-05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