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희연] 미래역량을 키우는 교육

입력 2016-09-05 17:49

우리 아이들이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과연 20년 뒤에도 쓸모가 있을까? 요즘 학부모들에게 충격을 던지고 있는 화두다. 이 화두는 ‘알파고 쇼크’가 교육계에 던진 거대한 충격파를 대변한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2020년이면 로봇에 의해 5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보고가 나왔고, 유엔 미래보고서는 2030년까지 지금 일자리의 80%, 모두 20억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사, 변호사, 교수 등 전통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들도 예외는 아니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알파고는 인간의 고유 기능이라 여겼던 주체적 정보 취득과 전략적 판단능력 등 인간의 지능과 유사한 판단회로를 갖췄다는 점에서 ‘기계의 인간화’ 진척 정도를 보여줬다. 신경과학, 인지과학, 뇌과학의 발전은 이런 발전 추세를 가속화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학습과 교육 시스템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먼저 학생들을 ‘공부 기계’로 만드는 낡은 교육을 넘어서야 한다.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한국의 ‘추격 교육’은 최대한 많은 양의 지식을 빨리 머릿속에 집어넣는 지식 암기 교육이었으며, 학생들을 공부 기계로 만드는 교육이었다. ‘기계의 인간화’를 논하는 시대에 여전히 ‘인간의 기계화’를 강요하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이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오늘 우리 교육 개혁의 핵심이다.

알파고와 네 번째 대국에서 우리를 환호하게 한 이세돌의 묘수는 기계적 판단회로의 상상력을 뛰어넘은 변칙수였다. 우리의 교육은 이제 기계의 프로그램화된 판단능력을 뛰어넘는 인간의 초(超)프로그램적 상상력을 키우고 일깨우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엉뚱한 질문을 하는 학생에게 “진도 나가기도 바쁜데 웬 엉뚱한 질문이냐”고 타박하는, ‘모난 돌이 정 맞는’ 교실에서 ‘정답 찾기’ 식 교육으로는 어려우며 모난 돌이 빛나는 교실, 괴짜가 왕따가 되는 게 아니라 그를 참신한 상상력의 소유자로 볼 줄 아는 교육 환경이 절실하다.

알파고 시대를 헤쳐나갈 교육을 고민할 때 기술주의와 인문주의의 양극단을 오갈 위험이 있다. 기술주의의 극단에 빠지면 새로운 교육을 소프트웨어나 코딩 교육으로 좁힐 수 있으며, 인문주의의 극단에 빠지면 인간 대 기계의 대립 프레임에 갇혀 ‘기계가 할 수 없는 능력의 개발’이라는 모호한 신기루를 좇을 수 있다. 인공지능적 기술과 인문적 상상력은 별개가 아니라 상호 연결되어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첨단 물리학의 발전은 결국 수학과 철학의 발전에 달려 있다”는 말이 이를 대변한다.

새로운 교육은 교사-학생 관계의 변화도 요구한다. 학생이 교사와 동일한 생각을 갖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다른 사고를 하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교사의 역할이 학생과 더불어 지식을 함께 탐구해가는 것으로 변화함으로써 새로운 창의적 지식 탐구의 모델을 찾아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미래의 역량’을 키워줄 것인가 하는 고민을 던져주었다. 이는 미래 학력과 미래 인성을 함양하고 도야하는 교육이어야 한다. 예컨대 인공지능 시대일수록 공유의 마인드가 절실하므로 협력적 인성을 기르는 미래 인성교육이 우리에게 필요할 것이다.

한국은 컴퓨터와 인간의 바둑 대국이 벌어진 신선한 충격의 현장이다. 알파고 쇼크와 이세돌의 변칙수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를 새로운 교육에 대한 고민에 충실히 담아내는 게 지금 여기 우리들이 풀어가야 할 과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