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명절 추석이 다가왔지만 남해안 일대 지역경제가 각종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다.
조선업 불황으로 구조조정의 한파가 휘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까지 겹치면서 부산과 경남 지역경제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 지역에는 콜레라 환자까지 발생해 음식점 영업과 수산물 판매가 위축되고 있다. 전남 완도지역은 폭염 여파로 출하를 앞둔 전복 2500만 마리(570여억원어치)가 폐사해 어민들이 망연자실해 있다.
4일 부산의 물류업계 등에 따르면 세계 각지에서 한진해운 소속 선박의 절반 이상이 억류 등으로 정상 운항을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운임이 폭등하고 물류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부산항을 모항으로 전체 물동량의 9%, 국내 수출입물량의 6.8%를 담당하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여파가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부산항 내 컨테이너 수리업체 직원 김모(59)씨는 “컨테이너 수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한진해운이 무너지면 직원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이미 항운노조 일부 계약직 100여명이 해고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진해운 사태로 물류 관련 계열사 직원 2300명과 수리·조선업종 등을 합쳐 1만1000명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산항운노조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직장을 잃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에 콜레라 환자까지 잇따라 발생해 지역 민심마저 흉흉해지고 있다.
경남도와 거제시는 거제에서 지난달 31일 세 번째 콜레라 환자가 발생하자 매일 두 차례 실시해 온 방역활동 횟수를 늘리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으며 콜레라 예방과 관련한 개인위생수칙 준수 등 주민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경남 거제의 횟집 사장 박모(45)씨는 “조선 경기 불황에다 콜레라까지 발생하니 뭐라 할 말도 없고 더 이상 장사를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부산에서도 지난 3일 임모(47)씨가 콜레라 확진 판정을 받아 비상이 걸렸다. 거제를 제외한 지역에서 환자가 발생한 것이어서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남 남해안은 섭씨 30도를 웃도는 이상 폭염과 적조주의보 속에 출하를 앞둔 전복 등 해산물이 집단 폐사하면서 570여억원대에 이르는 피해가 발생했다.
전남 완도·장흥·고흥·여수 등 가두리 양식장에서 우럭·참돔·넙치·전복·키조개·새조개 등 양식·자연 어패류가 무더기로 폐사했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특히 완도지역은 전복 2500만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전남도에 따르면 470여 어가가 전복을 양식하는 금일도의 경우 375어가에서 총 530억원의 피해가 났다고 신고했다. 생일도 40가구·42억원, 약산도 30가구·2억원 등을 합쳐 모두 570여억원의 피해가 난 것으로 신고됐다.
출하 직전 '날벼락'을 맞아 어가당 수억∼수십억원대의 빚더미에 앉게 된 어민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전복양식 어민 김모씨는 "대목 특수에 부풀었다 알맹이는 사라지고 껍데기 패각만 남은 전복들을 보고 있자니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폐사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데다 피해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공식 피해액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전남 남해안 일부 해역의 평균 해수온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적조까지 덮쳐 양식 어류의 집단 폐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완도에서 양식장을 운영하는 최모(53)씨는 "전복과 우럭 돌돔, 키조개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무더기로 폐사했다"며 "이번 어패류 피해는 태풍으로 인한 것을 제외하고는 양식장 운영 이래 가장 큰 피해인 것 같다"고 말했다.
거제·부산·완도=이영재 김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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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데 덮친 ‘남해안 벨트’ 휘청
입력 2016-09-0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