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당하고 끌려가던 여학생 대낮 버스 안 “살려주세요” 절규

입력 2016-09-04 21:55 수정 2016-09-05 01:09
3일 오후 강원도 속초시 교동의 한 교차로에서 최모씨가 몰던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달리다 맞은편 차량을 들이받아 앞부분이 부서져 있다. 속초소방서 제공

대낮에 서울 주택가에서 10대 여학생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고 버스에 태워 경기도 남양주까지 납치하려던 20대 남성이 범행 하루 만에 경찰과의 차량 추격전 끝에 붙잡혔다.

남양주경찰서는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한 뒤 납치·감금한 혐의로 최모(2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2일 오후 2시쯤 서울 중랑구 한 주택가에서 A양을 흉기로 위협, 아파트 옥상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최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A양을 위협해 자신의 집이 있는 남양주 화도읍으로 가는 버스에 태웠다. 최씨의 협박에 겁에 질린 A양은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버스가 범행 장소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화도읍 한 정류장 근처에 이르자 최씨는 A양에게 내리도록 위협했다. 공포에 떨던 A양은 최씨가 버스에서 내리려는 순간 버스 기사에게 달려가 도움을 청했고 최씨는 그대로 내려 달아났다. 버스 안에는 승객들이 있었지만 최씨가 A양을 납치하고 있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버스 운전기사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선 경찰은 버스 내 CCTV 등을 확보, 최씨의 신원을 확인했다. 또 최씨가 화도읍 자신의 집에서 아버지의 SUV 승용차를 끌고 강원도 속초 방면으로 달아나는 모습을 포착하고 강원경찰청에 공조 수사를 의뢰했다.

속초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은 3일 속초 전 지역에서 최씨를 수색하던 중 오후 5시40분쯤 교동 모 아파트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위해 신호대기하던 최씨의 차량을 발견했다. 경찰관들은 차량을 가로막고 검문을 시도했지만 최씨가 미시령 방면으로 달아나면서 추격전이 벌어졌다. 최씨는 미시령 방면으로 100여m를 달아나다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인 차들에 막히자 중앙선을 침범해 질주했고 맞은편 차선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들이받고 멈췄다. 최씨는 차에서 내려 다른 차량을 훔쳐 달아나려다 실패하자 100여m를 도망쳤지만 뒤따라온 경찰에 붙잡혔다.

남양주경찰서 관계자는 “전날 속초경찰서로부터 최씨를 인계받아 현재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주·속초=김연균 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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