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장사의 용기’ 언급하며 국제금융 개혁 강조

입력 2016-09-05 00:20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4일 중국 항저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포토섹션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옆을 지나가고 있다. AP뉴시스

중국이 글로벌 경제 리더십을 확인하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기회로 여기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이틀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4일 오후 3시(현지시간) 공식 개막식이 열린 항저우 시후(西湖) 주변 국제엑스포센터(HIEC)에서 각국 정상, 국제기구 대표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환영했다. 각국 정상이 시민의 환영을 받으며 주회의장에 도착해 시 주석과 만나는 모습은 중국 관영 CCTV를 통해 생중계됐다.

박근혜 대통령을 맞는 시 주석은 환하게 웃으며 짧은 인사를 건넸다. 전날 정상회담을 가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개회식장으로 이동하는 길에 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며 남다른 친분을 과시했다.

시 주석은 개막사를 통해 “G20 회원국이 끊임없이 글로벌 통화금융 시스템을 개선해가야 한다”면서 “현재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를 반드시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동안 미국과 서방이 주도한 국제경제 질서의 문제점을 부각하면서 중국 주도로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개막사에서 관심이 집중된 글로벌 이슈인 남중국해 영유권이나 북한 핵 문제 등 정치적 이슈는 전혀 거론하지 않은 채 경제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시 주석은 정상회의에 앞서 3일 열린 비즈니스 서밋 개막 연설에서도 “중국은 중·고속 성장을 유지하면서 세계에 더 많은 발전의 기회를 제공할 자신이 있다”며 글로벌 경제 리더를 자처했다. 그는 특히 “팔을 스스로 잘라낼 수 있는 장사의 용기”와 “봉황열반(鳳凰涅槃·봉황이 자신을 불사른 뒤 더 강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거듭난다는 뜻)의 결심”을 언급하며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개막식 후 각국 정상은 세계경제 저성장, 고실업 문제에 대처할 정책공조 방안을 논의하는 제1세션 회의를 가졌다. 이후 정상들은 시후가 내려다보이는 시쯔호텔에서 환영 만찬을 가진 뒤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시후를 돌아봤다.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가장 그리운 것은 항저우(最憶是杭州)’라는 제목의 공연을 관람했다.

G20 개막에 앞서 오전에는 별도의 비공식 회의인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정상회의가 열렸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도 “브릭스 회원국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지배구조 개혁을 통해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의 대표성, 발언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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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맹경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