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시작부터 험로를 예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태운 에어포스원이 3일 중국 항저우 공항에 도착했을 때 의전 문제로 고성이 오가는 실랑이가 벌어졌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도착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활주로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은 평소와 달리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뉴욕타임스 마크 랜들러 기자는 “백악관을 담당한 지 6년 됐는데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모습을 찍지 못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참다못한 백악관 직원이 “우리 대통령이고 우리 비행기”라고 항의했지만 중국 관리는 “여기는 우리나라이고 우리 공항”이라고 맞받아쳤다.
게다가 오바마 대통령은 평소와 달리 에어포스원의 앞문이 아닌 가운데 문으로 내려왔다. 레드카펫이 있는 이동식 계단이 준비되지 않아 비행기 자체 계단을 이용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의전에서 홀대받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동식 계단 운전자가 영어를 못해 안전수칙을 전할 수 없다는 이유로 미국 측이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상회담장에서도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오바마 대통령보다 먼저 도착한 백악관 의전팀과 비밀경호국(SS) 직원들은 보안검색대에서 발이 묶였다. 중국 직원끼리 몇 명을 들여보내느냐를 놓고 고성을 주고받으며 싸웠기 때문이다. 두 정상이 도착하기 20분 전까지 미·중 실무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을 수행하는 미국 기자단 규모를 놓고 티격태격했다. 심지어 중국 측은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자는 백악관의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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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맹경환 특파원
“우리 공항” VS “우리 대통령”… 공항서 中이 ‘오바마 사진촬영’ 막자 美 항의
입력 2016-09-05 0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