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항저우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조경규 환경부 장관, 김재형 대법관을 공식 임명했다. 조 문체부 장관과 김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적격’ 판정이 나왔지만 임명 절차를 강행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소통과 협치를 무시한 처사”라며 강경 대응을 천명하면서 정국이 다시 급랭할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이날 오전 항저우 현지에서 이들 장관과 김 대법관 임명안에 대해 전자결재를 통해 재가했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조 환경부 장관과 김 대법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별다른 이견 없이 ‘합격점’을 받았지만 조 문체부 장관과 김 장관에 대해서는 야당 단독으로 ‘부적격’ 의견을 낸 청문보고서가 채택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조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연간 5억원에 가까운 생활비 지출 논란과 보도통제 의혹, 딸의 특혜 채용 의혹이 제기됐다. 김 장관 역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관련 의혹과 모친의 차상위계층 등록과 의료비 부정수급 등이 논란이 됐다.
현행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장관급 국무위원은 국회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청와대는 이들 장관 임명에 대해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4일에도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이철성 경찰청장에 대한 임명을 강행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더민주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귀 닫고 눈 감은 박 대통령의 불통 행보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라며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해 임명돼서는 안 될 인사임이 명백히 드러났음에도 박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하며 국민을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실 검증이 객관적으로 밝혀졌고 국회가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부적격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혔음에도 대통령이 일고의 고민 없이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은 국회, 야당과의 소통, 협치를 거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발 국민을 위해서 대통령의 독단적인 국정운영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야당은 조 문체부 장관과 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등 강경 대응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원내대변인은 “더민주는 국민의 뜻을 받아 이들 장관의 해임건의는 물론 모든 방안을 강구해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을 무효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 사실을 청와대도 새누리당도 야당에 전화 한 번 안 하고 강행했다”며 “부적격자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더민주와 공조하겠다”고 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해외순방 朴대통령, 조윤선―김재수 임명 강행… 野반발
입력 2016-09-05 00:59 수정 2016-09-0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