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1억→1억3000만원 ‘禹 처가’ 강남땅 매각 때 무슨 일이…

입력 2016-09-05 04:11

우병우(49)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우 수석 처가의 서울 ‘강남역 땅’ 매매가격이 평당 1억3000만원으로 결정된 경위 파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1년여간의 협상이 통상적 거래 절차에 따라 진행됐는지, 땅 매입자인 넥슨 측이 특혜를 주지는 않았는지, 우 수석이 개입한 정황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넥슨은 왜 평당 1억3000만원으로 올렸나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지난달 29일 넥슨코리아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우 수석 처가 부동산 거래 관련 자료 분석과 함께 매매에 관여한 여러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 중이다. 넥슨이 우 수석 처가 쪽에 처음 거래 의사를 타진했던 2009년 12월부터 계약서를 작성한 2011년 3월까지의 전 과정을 재구성한 뒤 위법 소지를 가리겠다는 구상이다. 강남역 땅 매매 건은 우 수석 관련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시발점이기도 하다.

검찰은 넥슨 측이 애초 우 수석 처가 소유의 강남역 인근 부지를 평당 1억원에 매입하려는 의사를 보였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넥슨은 2009년 12월 11일 문제의 강남구 역삼동 825-20 등 4필지 3371.8㎡(1020평)를 1020억원에 사고 싶다는 매입의향서를 작성했다. 서민(45) 당시 넥슨코리아 대표가 자필로 서명했으며, 매입 목적은 ‘사옥 신축 및 기타 근린생활·업무 시설’로 돼 있다.

넥슨은 같은 달 14일 부동산 중개인 3명과 부동산 매입 용역 계약도 체결했다. 중개인들이 땅 거래 실무 작업을 수행하고, 계약 체결 시 총 20억원을 보수로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서 전 대표와 부동산 개발업체 M사 대표 김모(45)씨가 매수인으로, 서초구 D부동산 대표 박모(48)씨 등 3명이 용역인 자격으로 날인했다.

그러나 넥슨 측은 2010년 1월 28일 해당 용역 계약을 해지했다. ‘매도인(우 수석 처가)의 매도 의향이 없을 경우 계약의 효력이 상실된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우 수석 처가 쪽이 “평당 1억5000만원에 사겠다는 곳도 있다”는 입장을 보여 협상 진척이 안됐다는 게 넥슨 측의 설명이다.

넥슨은 3월 10일 평당 1억3000만원씩인 1326억원을 희망가로 적은 매입의향서를 작성, 우 수석 처가 쪽에 보냈다. 앞서 계약이 해지됐던 D부동산 대표 박씨가 다시 중개를 맡았는데, 이번에는 별도의 용역 계약은 맺지 않았다고 한다. 넥슨으로서는 최초 제안 3개월 만에 306억원이나 올린 가격을 제시한 것이다. 더군다나 당시는 2006년 낙찰받은 판교 테크노밸리 C-3 부지 3개 블록에서 사옥 신축 공사가 진행되던 때였다.

같은 해 2월 부동산 투자 인터넷 카페에는 해당 땅을 1173억원(평당 1억1500만원)에 급매매한다는 광고가 올라오기도 했다. 한 부동산 업자가 올린 광고에는 ‘소유주 이상달씨는 사망-관리는 사위인 검사가 한다’는 설명도 포함돼 있다. 부동산 매도 광고인 만큼 매도인의 의중이 반영됐을 개연성이 있다.

검, 계약 현장 나타났던 우 수석 역할 주목

검찰은 최근 D부동산 박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넥슨 측이 어떤 경위로 평당 1억원에서 1억3000만원으로 올려 제안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거래를 맡았던 넥슨 관계자 등의 이메일 내역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 수석 처가는 같은 해 8월 넥슨 측에 매도의향서를 보냈다. 넥슨이 5개월 전 제시했던 땅값 1326억원을 수용하는 내용이었다. 더 높은 가격을 제안한 곳도 있었지만 ‘개발 후 수익으로 정산’ 등의 조건이 붙어 있어 현금 동원력이 있는 넥슨을 택했다고 한다. 우 수석 처가는 500억원대 상속세를 내지 못해 매물인 강남 땅 역시 2009년 2월부터 근저당이 잡혀 있던 상황이었다.

양쪽은 소유권 분쟁이 있던 825-34번지(23.9㎡) 문제 등을 추가 조율한 뒤 2011년 3월 18일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검찰은 우 수석이 계약서 작성 현장에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동석자들을 상대로 우 수석이 계약서 검토 등에 관여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우 수석의 장모 김모(76)씨에게 권한을 위임받아 강남 땅 거래를 주도한 삼남개발 이모(64) 전무를 의혹 규명의 ‘키맨’으로 꼽는다. 우 수석이 그 뒤에서 ‘조율자’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황인호 지호일 기자 inhovator@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