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프로골프(KPGA) 투어에는 생계형 골퍼가 많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선수들처럼 재력 있는 ‘골프대디’로부터도 없고, 스폰서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선수가 허다하다. 주흥철(35)도 마찬가지다.
주흥철은 어린 시절부터 골프에 두각을 나타내 고3 때인 1998년 KPGA 세미프로(준회원)가 됐다. 하지만 집안 여력상 골프를 계속할 수 없었다. 그래서 주흥철은 고교 졸업 직후부터 군에 입대하기까지 3년 간 충남 천안의 한 골프장에서 레슨프로로 일했다. 제대 후에도 그 골프장에서 주말골퍼들을 가르쳤다. 골프보다 밥벌이가 먼저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2006년 KPGA 챌린지투어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해 KPGA 정회원이 되며 투어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투어생활은 험난하기 짝이 없었다. 첫 해인 2007년 상금순위 72위로 시드를 잃어 다시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이듬해 겨우 투어에 복귀했다. 그래도 그는 “정회원 취득까지 무려 8년이 걸렸는데 그때가 제일 힘들었다”고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힘든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2012년 SK텔레콤오픈 때 공동 3위로 6000만원을 받아 결혼자금으로 썼다. 또 고난이 찾아왔다. 그해 12월에 태어난 아들이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어서였다. 가진 재산 대부분을 아들의 두 차례 수술에 썼다. 그래서인지 주홍철의 아들 사랑이 지극하다. ‘아들바보’다.
그랬던 그에게 갑작스레 빛이 쏟아졌다. 2014년 6월이었다. 전북 군산CC(파72·7208야드)에서 끝난 군산CC오픈 J골프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우승직후 동갑내기 아내 김소희싸와 18개월된 아들을 끌어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모습은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주흥철은 그린에서 아내와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도 직업 골퍼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들에겐 절대로 골프를 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그 때 받은 우승상금 6000만원은 집 대출금을 갚는데 썼다.
그 우승 이후 주흥철은 기지개를 폈다. 지난해에는 상금순위 6위까지 올랐다. 그리고 올해 다시 찾은 군산CC. 주흥철은 KPGA 투어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총상금 5억원)에서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한민규를 한 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사실 3라운드까지 주흥철은 우승권이 아니었다. 선두와 4타차 공동 6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마지막 라운드가 시작되자, 주흥철은 2번홀 버디에 이어 5번홀에서 또다시 한 타를 줄이며 1위권에 합류했다. 그리고 8번홀부터 대역전극이 시작됐다. 11번홀까지 4연속 버디로 단숨에 단독선두로 도약했다. 마지막홀에서 1타 차였던 한민규의 10m 장거리 버디 퍼트가 홀을 스치며 주흥철의 우승이 확정됐다. 1∼3라운드 내내 1위를 지켰던 ‘베테랑’ 모중경(45)은 마지막 홀에서 짧은 보기 퍼트까지 실수하며 2타를 잃는 등 9언더파 279타,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쳤다. 모중경은 남은 4개 대회에서 지난 5월 매일유업오픈 우승에 이어 다시 한 번 만 45세 이상 선수로는 처음으로 한 시즌 2승에 도전한다.
KLPGA 투어 한화금융클래식에선 박성현(23)이 4타차 열세를 뒤집는 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로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7승을 일군 박성현은 지난해 3승을 합쳐 통산 10승을 채웠다. 우승 상금 3억 원을 받은 박성현은 시즌 상금을 12억591만 원으로 늘려 2014년 김효주가 세운 KLPGA 투어 시즌 최다 상금 기록에 300만원 차이로 다가섰다. 한화금융클래식은 매년 해외 유명선수들을 초청하고, 국내 정상급 프로들이 총망라해 참가하는 글로벌 수준의 대회로, 이 대회 우승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대회 우승으로 통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매뉴라이프 클래식에선 이미향(23)이 대회 3라운드에서 이글 1개, 버디 6개, 보기 2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 중간합계 14언더파 202타로 단독 1위로 올라섰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아들 바보’ 대역전극
입력 2016-09-05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