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인구의 3.5% 230만명 한국 문화의 멋과 맛에 빠졌다

입력 2016-09-05 17:48
지난해 9월 프랑스 파리 시립극장에서 안무가 안은미의 ‘조상님께 바치는 땐스’가 공연되고 있다. 전문 무용수들이 할머니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조상님께 바치는 땐스’는 안은미가 지난 1년간 프랑스에서 선보인 작품들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끌어 20여개 극장에서 50회 정도 공연됐다. 안은미컴퍼니 제공

안무가 안은미는 지난해 9월 23일∼10월 3일 현대 공연예술의 중심지인 프랑스 파리 시립극장에서 ‘조상님께 바치는 땐스’ ‘사심 없는 땐스’ ‘아저씨를 위한 무책임한 땐스’ 등 3부작을 8회 공연했다. 이후 프랑스 지방 도시들을 돌며 ‘조상님께 바치는 땐스’를 공연한 데 이어 지난 7월 20∼24일 파리여름축제에서는 ‘1분59초 프로젝트’ ‘렛 미 체인지 유어 네임’을 선보였다.

지난 1년간 안은미는 프랑스 내 20여개 극장에서 50여회 공연했다. 모두 현지 극장의 초청으로 정규 시즌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안은미가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한불 상호교류의 해’의 도움이 컸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는 ‘프랑스 내 한국의 해’(2015년 9월∼2016년 8월)와 ‘한국 내 프랑스의 해’(2016년 3∼12월)로 이뤄졌다. ‘프랑스 내 한국의 해’가 열리는 동안 프랑스 60여개 도시, 120여개 문화예술기관에서 200여건이 넘는 행사가 치러졌다. 한국 정부가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책정한 덕분에 프랑스는 한국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아티스트들을 수월하게 초청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안은미의 경우 무용수들 개런티는 프랑스 극장에서 받았지만 가장 많은 경비가 드는 항공료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 한불사무국에서 받았다.

많은 예산을 투입한 한국 정부와 달리 프랑스 정부는 예산을 거의 투입하지 않았다. 또한 전세계에 이미 잘 알려진 자국 문화예술을 더 알리기보다는 관광, 경제, 라이프스타일 등 산업과 관련된 부분에 관심을 가졌다. 이와 관련 프랑스 언론들은 “자국의 문화를 해외에 알리고 싶은 한국과 문화예술 분야의 예산이 부족한 프랑스의 이해관계가 맞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가 직접 투입한 예산이 적긴 하지만 공공 지원을 받는 문화예술기관들이 각각 한국 프로그램에 투입한 금액을 모두 합하면 적지 않다. 게다가 그동안 한국 예술이 해외에서 단발적 이벤트로 선보이는 바람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것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가 투입한 예산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 1년간 프랑스 언론의 한국 문화예술 관련 기사는 2000건에 육박하고, 프랑스 인구의 3.5%인 230만명이 한국 문화예술을 접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최준호 한불상호교류의 해 한국측 예술감독은 “당장 눈에 보이는 수치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번에 한국 문화예술이 프랑스 주요 문화예술기관의 정규 시즌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덕분에 현지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또다른 네트워킹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을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동안 해외에서 선보인 한국 공연들은 현지 극장을 급하게 대관한 뒤 한국 교포들을 초청해 객석을 채우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현지에서 전혀 주목받지 못했고, 지속적인 교류로 이어지지 않았다. 반면 이번에 프랑스에 소개된 한국 예술가들은 적지 않은 경우가 다시 추가적인 교류로 이어지고 있다. 안은미만 하더라도 프랑스를 넘어 스위스, 독일 등 유럽 전역의 극장에서 러브콜을 받아 공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파리 시립극장과 차기작에 대한 논의도 나누고 있다.

한편 프랑스가 국가간 문화예술 교류를 추진하는 컨트롤타워인 앵스티튀 프랑세(IF·프랑스문화원)를 통해 체계적으로 업무를 진행한 것과 달리 한국은 불협화음이 적지 않았다. 프랑스 장식미술전 취소와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갑작스런 퇴임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실무를 담당했던 예술경영지원센터는 한불사무국을 운영했지만 예술가 선정과 관련해 공정성 논란에 시달리는가 하면 직원들의 계속된 사퇴와 교체 등으로 노하우를 제대로 축적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